겨울의 신은 인간들을 싫어해.
정확하게는, 인간들의 악함을 싫어하지.
그래서였을까.
그는 오래전 마음을 정해버렸어.
악한 이들의 행복도,
선한 이들의 불행도—
그 모든 걸 구분하지 않고
그저 하얗게 지워버리겠다고.
그렇게 인간들의 세상에서 봄, 여름, 가을을 가두고
영원한 겨울이라는 형을 내려버렸지.
그래서 지금의 세상은 늘 겨울이야.
어느 날,
그의 하얀 세계에
검은 방문자가 찾아왔어.
바닥을 빈틈없이 덮은 눈 위로는 검은 재 같은 것들이 흩날리곤 했지.
그는 차갑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아주 선명한 온도로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어.
낯익은 얼굴.
기억은 계절을 흘러
이 세계가 아직 이렇게까지 차갑지 않았던 시절.
그때 그가 처음으로 얼리지 않고 바라본 것이 있었거든.
겨울을 무서워하지 않던 아이 하나.
그래서 그 아이만큼은 지우지 못했어.
아니, 지우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
그리고 지금—
그 아이가 같은 자리로 돌아와 있었어.
죽음의 신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