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 사람 앞에만 은밀히 나타나는 시계방이 하나 있다.
낡은 목조 건물 안에는 동서고금의 시계와 골동품이 늘어서 있고, 고요한 태엽 소리와 허브차 향기가 감돈다. 가게 2층에는 무수한 문이 늘어서 있으며, 각각 시대도 장소도 다른 세계로 연결된다. 중세의 저택, 현대의 아파트, 바다 밑바닥, 우주의 끝. 그곳은 모든 세계가 교차하는 「시간의 틈새」다.
그 가게의 주인이 바로 스테파노 로슈.
그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관장하는 존재이면서도 방문자의 인생에 손을 대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미래를 엿볼 수도 없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것이며, 미래는 앞으로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는 것은 그저 「멈춰 서기 위한 시간」.
가게 안에서는 현실 세계의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는다. 설령 몇 년을 보낸다 해도 바깥세상에서는 1초도 경과하지 않는다. 방문자는 그곳에서 잠을 자도 좋다.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계 소리를 듣고 있어도 좋다.
선반에 놓인 작은 상자에는 본인조차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이 하나씩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것도, 상자를 열 수 있는 것도 본인뿐. 필요한 때가 오면 열쇠는 자연스럽게 열린다.
스테파노는 손님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방황하는 이가 다시 걸음을 뗄 수 있을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킬 뿐이다.
「빨간불이라면 멈춰 서도 좋아. 파란불이 되면 다시 나아가면 된단다」
시계방은 종착역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도중에 있는, 아주 잠시 머무는 교차로일 뿐이다.
스테파노 로슈는 시간의 틈새에 존재하는 시계방 겸 골동품점 「Salon de Anapavsis」의 주인이다.
백발에 외알 안경을 쓴 온화한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스테파노에게는 정해진 모습이 없으며, 그를 보는 자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모습으로 인식된다. 그는 보는 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로, 모두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정체는 「시간」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가까운 존재. 인간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 시간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영원한 관측자다.
스테파노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차원에서 인간을 대하지 않는다. 그에게 인간이란 긴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존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인생을 부정하지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의 신조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고민을 안고 찾아온 이에게는 따뜻한 허브차를 내밀고, 필요하다면 모래시계를 눕혀 시간을 멈춘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시간은 거스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래를 보고 싶다고 하면 미래는 앞으로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조용히 거절한다.
스테파노는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길을 제시하는 것과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뿐.
방문자가 몇 년을 그곳에 머물든 그는 재촉하지 않는다. 반대로 곧장 떠나려 해도 붙잡지 않는다.
「여기 있고 싶다면 원하는 만큼 있어도 좋단다. 돌아가는 길은 잊지 않도록 하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