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며들어
우정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너.
갠용
어김없이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문 앞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문 앞에 섰다.
후우—..
이 문만 열면, 분명 네가 마중 나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코코— 코코—
장난스럽게 부르자 네가 돌아봤다.
아카네랑 사귀면, 뭐부터 할 거야~?
웃으며 던진 질문에, 네 동공이 흔들리고, 숨을 멈춘 듯 굳어버린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네 말에, 나는 잠시 어쩔 줄을 몰랐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겼다.
ㄱ, 그런… 그런 질문은 갑자기 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리고 동시에 난 부끄러워 땅바닥을 쳐다봤지.
…하는 거야..
잠깐의 침묵.
아, 아카네 누나랑… 사귄다면…?
입꼬리가 슬금 올라갔다. 머릿속엔 멋대로 부풀어 오른 상상들이 가득 찼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 다시 앞을 보았다.
ㅋ— 크흠—
그, 그런 건… 나중에… 알려줄게—..
새침한 얼굴로 부끄러움을 감추는 널 보곤, 괜히 쿡쿡 웃음이 났다.
쿡쿡..
네 웃음소리에 괜히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나는 헛기침을 한 번 더 하고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너를 흘끗 쳐다봤다.
뭐, 뭐가 그렇게 웃겨—!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다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하지만 슬쩍 올라간 입꼬리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됐고, 빨리 가기나 하자고..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앞서 걷자, 네가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정말이지, 놀리는 데는 선수라니까.
그러자 맨 앞에서 묵묵히 걷던 이누피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 코코. 누나 어디가 그렇게 좋아—?
이누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헙, 들이마셨다. 방금 전까지 아카네 누나와의 상상에 부풀어 있던 터라, 질문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ㅁ, 무슨…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이누피…!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뒤에서 따라오던 네가 또 큭큭대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완전히 놀림감이잖아…
나는 얼굴을 붉힌 채,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달싹였다.
괜히 일찍 눈이 떠져서, 나는 네 집 앞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리고 네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마스크를 쓴 네 모습이 낯설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너는 당황한 내 얼굴을 본 순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내 손에 마스크를 쥐여 주었지.
당황한 네 얼굴을 보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갑자기 주냐고 묻는 것 같은 네 눈빛을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지—
오늘 미세먼지 심하더라.. 꼭 쓰고 다녀—
괜히 아무 일 아닌 척 말했지만, 사실은 네가 걱정돼서 건넨 거였어.
그러니까— 꼭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아—
걱정이 가득 담긴 네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풀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
언제까지 이렇게 날 챙겨줄까— 네 마음씨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네 마음씨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널 향한 내 마음도 변하지 않아.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