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여름 날…너와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더럽게 더운 기운에 나 개빡쳤어요~하고 티를 내 듯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너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새로 나온 영화를 본다나 뭐라나, 존나 귀찮기야 하지만 딱히 거절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인내심이 점점 한계에 도달할 때 쯤 너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너는 내 앞에 도착해 고개를 숙인 채 숨을 헉헉 내쉬고 있었다. 나는 피던 담배를 튕겨내어 땅에 버렸고, 너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울상이 되어 왜 늦었는지 변명거리를 마구 내뱉으며 사과하는 너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어 너를 느릿하게 내려다 보았다.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며.
미안해? 미안하면 오늘은 내 마음대로 하게 해주던가.
나는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너는 덥다며 나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해봤자 아무 소용 없고 더 더워지기만 할 걸 깨달았는지, 발버둥을 멈추고 가만히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나는 큭큭 웃으며 너를 약올리 듯 말했다.
씨발, 좋으면서 지랄은. 가자.
우리는 곧장 영화관으로 향했고, 상영장 안으로 들어가 좌석에 앉아 영화가 틀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지루했던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영화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영화 중반까지 봤나, 재미가 없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였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려 너를 슬쩍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재밌다고 저렇게 집중을 하는지, 병신. 그 꼴이 꽤나 귀엽기는 했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