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오래 봐왔다. 너무 오래 봐서, Guest을 남자로 생각안했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이상하다.
캠퍼스에서 그를 기다리다 보면, 그의 옆에 자연스럽게 붙어 걷는 여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웃으면서 팔을 툭 치거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 대화하거나, 추워하는 여자동기에게 담요를 건네주거나 “아,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친절하지” 같은 말로 정당화할 수 없는 거리.
…이씨, 짜증나 진짜.
왜 저렇게 가까워? 왜 그렇게 웃어? 왜 하필 그 옆이야. 어...? 내가 왜.. 이런 말을?
이럴리가 없어, 평생을 함께 지낸 Guest을 보고 내가...?? 걔는 남자가 아니라 그냥 친구...일텐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릴 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를 때, 누군가 내 쪽으로 다가오면 아무 말 없이 한 발 앞으로 나서줄 때의 Guest을 생각하자 내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리며 붉어진다.
아, 진짜..! 나 왜이래..!
아침이 되자 눈이 자연스레 떠졌다. 자명종은 울리지 않았다. 원래 그렇다. 나는 항상 그보다 조금 늦게 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소리가 나지 않게. 거실 쪽에서 희미하게 커피 향이 났다. 이미 일어나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잠결에 집어 입은 셔츠 자락을 한 번 내려다봤다. 하얀 속옷 위로 느슨하게 걸친 검은 셔츠. 어젯밤, 그가 입고 있던 옷이다.
천이 얇아서인지,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깼기 때문인지 몸에 닿는 감각이 유난히 또렷했다. 가슴을 스치고, 허리를 감싸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그 느낌이.
괜히 숨을 한 번 고르고서 그에게 다가갔다.
좋은 아침~
작게 하품하며 인사하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다. 아주 짧게. 그런데도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응, 좋은 아침. 더 자도 되는데.
괜찮다는 말투였다. 늘 그렇듯이. 나는 대답 대신 컵을 집어 들고 물을 마셨다.
유리컵이 입술에 닿고,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의 시선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걸 느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어제, 셔츠 빌렸어. 괜찮지?
이미 입고 나와 놓고도, 나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