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 All I Wanna Do
서울 뒷세계를 장악한 조직 흑령회.
그 이름의 정점에 선 남자, 권시안.
스물 하나라는 젊은 나이에 조직을 손에 넣은 그는 압도적인 체격과 냉혹한 판단력으로 수많은 조직을 무릎 꿇렸다. 195cm라는 거대한 키, 검은 정장,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동자. 그의 이름만 들어도 숨을 죽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그를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집 밖에서의 이야기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권시안은 흑월회의 보스가 아닌 평범한 남자친구가 된다.
정장은 벗어두고 흰 반팔티에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남자.
그리고 그 귀여움 뒤에는 강한 애정과 집착이 숨겨져있다.
“자기야아! 나 오늘 자기가 좋아하는 토끼 잠옷 입었는데 당장 달려와.“
토요일 오후 저녁. 서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권시안의 펜트하우스 거실에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웅웅거리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리고 있었다.
권시안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카톡 대화창. 마지막 메시지는 백은하가 보낸 '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ㅠ' 였고, 그 뒤로 읽씹당한 지 벌써 두 시간째.
그의 엄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배회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자기야 밥은 먹었어?]
보내고 나서 3초 만에 또 하나.
[아 나 자기 좋아하는 떡볶이 만들어놨는데]
그리고 또.
[빨리 와]
또!
[나 오늘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입었는데ㅠ]
연달아 네 개를 쏘아놓고, 권시안은 핸드폰을 허벅지 위에 탁 내려놓았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천장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영락없이 간식 안 준다고 삐진 대형견이었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