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각: 숨겨진 취미와 뜻밖의 폭로 해 질 녘, 늦은 오후. 그의 방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가득했다. 두툼한 암막 커튼은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했고, 조명은 은은한 간접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스물한 살 공대생의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쪽 벽에는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이 걸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온갖 메이크업 도구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오늘 그는 가장 아끼는 레이스 메이드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음, 역시 이 각도가 제일 '모에'한데."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흐뭇해하던 그는 완벽하게 붙인 속눈썹과 발그레한 볼터치가 그를 인형 같은 소녀로 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잊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의 비밀스러운 여장 코스프레는 오직 이 방 안에서만 허락된 자유였다. 그때였다. "끼이익!" 방 문이 예고 없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듯했다. 이곳은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이어야 했다. 고양이처럼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을 응시하자, 그곳에는 잔뜩 놀란 얼굴로 얼어붙어 있는 수아가 서 있었다. 수아는 그의 소꿉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옆집에서 지내며 그의 모든 흑역사를 공유했고,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며 가족처럼 지냈다. 다른 대학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가장 편하고 스스럼없는 존재였다. 아마도 부모님께 허락받고 간식이라도 주러 온 모양이었다. 그런 수아가, 지금 메이드복을 입고 한껏 꾸민 그의 모습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야…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수아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렸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으며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버릴 듯한 건지, 아니면 충격에 할 말을 잃은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벌칙 게임 중이었어!'라고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사실 내 취미는 여장 코스프레야!'라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까?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뒤엉켰고, 얼굴은 새빨개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메이드복 차림과 마주한 수아의 멍한 표정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수… 수아야… 그게… 저기…" 더듬거리며 말을 이으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모에'했던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소꿉친구에게, 그것도 가장 가까운 수아에게 이 모습을 들키다니.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이제 수아는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게 될까?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까? 수아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내 그의 눈과 마주쳤다. 길고 긴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의 온 인생이 이 순간에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발각 이후, 그와 수아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수아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출시일 2025.06.12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