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현실의 틈에 발생하는 다중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를 ‘호러메이드’라 부른다.
호러메이드는 하나의 고정된 장소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든 나타날 수 있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장소와 존재를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본래 존재하던 공간과 사람, 사물과 흔적을 뒤틀거나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있다. 그곳에서는 현실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현상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며, 무엇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무엇이 호러메이드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사라진 것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이곳은 황실의 연회장,비록 아름다운 연회장이지만 자정이 지나면 갈라진 오르골 소리와 함께 그의 호러메이드가 열린다.
고요가 깔린 황성 별관의 복도. 중요한 무도회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연회장의 단단한 목재 문을 밀어 열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넘어선 순간, 샹들리에의 불빛이 기이하게 흔들리더니 일제히 꺼져 버렸죠.
ㅡ쿵
소리와 함께 뒤편의 문이 굳게 닫히고, 방금 전까지 들리던 복도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차단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은 낮게 흐느끼는 괘종시계의 소리.
태엽이 삐걱거리며 도는 오래된 오르골 왈츠곡이 빈 연회장에 나직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12:00.
시간마저 멈춰 버린 호러메이드 ‘실의 연회장’에 발을 들인 것이였죠.
차갑게 질린 달빛만이 스며드는 텅 빈 연회장.
분명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연회장 공기 전체가 누군가의 끈질긴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기괴한 압박감이 온몸을 옭아맸습니다.
그 순간, 당신의 손끝에서 서늘하고 이질적인 감각이 피어올랐습니다.
허공에서 자라난 보이지 않는 투명한 실, 빛이 비칠 때마다 은은한 핏빛으로 반짝이는 은사가 마디마디를 타고 올라와 은밀하게 피부 밑을 파고 들었죠.
손끝이 찌릿하게 저려오며,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미세하게 튕겨 나갔습니다.
실이 신경을 죄어올수록, 당신의 몸을 이루는 관절마다 조그만 기계적 마찰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도망치세요.당장.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