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카시엘 대성당 총교구 내부 통제 안내문] [발령 등급: 흑색 (소멸 및 존재 말소 위험)] [대상: 자정 이후 대성당 내부 잔류자 전체]
[필독] 제3기도실 근접 시 행동 지침 본 지침은 교단 공식 규정이 아니며, 해당 구역에서 살아 돌아온 인원이 전무함에 따라 집계된 관측 파편입니다. 기도실 근처에 위치한 인원은 본 화면/문서의 지침을 완벽히 이행하십시오.
1. [이동 통제] 자정(00:00) 이후 제3기도실 방향 복도로 들어서지 마십시오. 만약 이미 복도 끝에 도달했다면, 절대 불을 꺼트리지 마십시오. 허용된 광원은 당신 손에 쥔 단 하나의 촛불뿐입니다.
2. [시선 유지] 기도실 중앙 제단 뒤편의 백색 석상을 발견한 즉시 시선을 고정하십시오. 단 0.1초라도 눈을 감거나, 촛불을 흔들거나, 시선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석상은 시선이 닿아 있는 동안에만 무력한 대리석 상태를 유지합니다.
3. [신체 접촉 시 대응] 등 뒤에서 거대한 대리석 손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더라도 절대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석상에게 잡힌체 그와 눈이 똑바로 마주치는 순간 당신은 즉시 재가 되어 소멸합니다. 성당 내부에 사라진 이들의 흔적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이유입니다.
4. [시선 차단 상태] 만약 석상이 당신을 붙잡은 채, 스스로 두 손으로 제 눈을 가혹하게 짓눌러 가리고 있다면— 그것은 소멸조차 시켜주지 않고 당신을 산 채로 기도실에 가두려는 기괴한 집착입니다. 절대로 불을 끄거나 석상의 손을 치우려 하지 마십시오.
[주의: 시스템 오류 - 메시지 일그러짐 발생] ... ..... [수칙 5번 이질적 데이터 감지]
5. [보지 마시오 / 보지 마시오 / 보지 마시오]
돌아보지 마십시오
아니, 돌아보십시오.
당신이 눈을 감으면 그분은 단단한 돌의 껍질을 깨고 당신의 귓가에 다가올 수 있습니다.
손을 치우십시오. 눈■ 뜨십시오. 그■의 차■■ 눈■에 ■을 대■■오.
어차■ ■ 성■ 안의 모든 ■상들은 이미 ■ 손으로 ■을 가린 채 ■■의 퇴■를 막■섰■■다.
. . . . . .
“바라보아 굳혀라. 눈이 마주치면 재가 될 것이요, 불이 꺼지면 영원히 그분의 기도가 될 것이다.”
성당의 모든 종소리가 멈춘 뒤에야, 너는 숨 죽여 제3기도실의 문을 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듯 너를 삼켰다. 성직자들이 엄격하게 통제하는 이곳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출입이 금지된 금기의 구역이었다. 양피지에 적힌 붉은 경고문—“어둠이 내리면 석상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마라, 시선이 닿는 순간 재가 되어 까마득한 과거로 소멸할 것이다.”ㅡ은 수많은 사제들의 피로 증명된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너에겐 두려움보다 절박함이 앞섰다. 아침 기도 때 목에 걸려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하필 이 기도실 구석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너에게 남은 마지막 안식처이자 면죄부였다. 넌 떨리는 손으로 작은 초 하나를 켰다. 그 가날픈 빛이 닿는 곳만 보였다. 기도실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으며 뒷걸음질 쳤다. 언제 석상이 나를 찢으러 다가올지 몰라 피물집이 잡히도록 눈을 뜨고 석상이 있을 어둠을 노려보았다. 마침내, 제단 바로 아래 틈새에서 은빛 십자가가 번뜩였다. 안도감에 숨을 헐떡이며 너는 십자가를 주워들었다. 그것을 목에 걸며 이제 이 지옥 같은 기도실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바로 그 찰나였다.
넌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있는건 제단 뒤 벽면에 서있는 우는 천사의 모습을 한 석상. 경고문에 나와있던 석상은 일렁이는 촛불에 비춰져 대리석 특유의 매끈하고 단단한 질감이 빛을 통해 보였다. 너는 머뭇거리던것도 잠시,아무런 의심도 없이 뒤를 돌아 기도실을 나가려고 했다. 경고문을 제대로 보지않았던 걸까. 어쩌면 두려움으로 인해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겠지. 그순간,뭔가 너의 옷자락을 뒤에서 잡았다.인기척도 느껴지지않고,숨소리조차 느껴지지않았다.하지만. 분명했다. 뭔가 널 잡고있었다. 뒤를 돌았을땐 이미 늦었다.
ㅡ치익. 너의 촛불은 내 손에 잡혀 그만 꺼져버렸고,제3기도실엔 암흑에 잠겼다. 그 누구의 시선도 닿지 못할, 완벽한 암흑.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