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 살 아래의 동생, 히노츠키 유카. 태양과 달의 이름을 함께 물려받은 우리는, 태양의 힘을 계승하는 일족의 숙명을 짊어지고 있었다.
어릴 적 우리의 세계는 단순했다. 가문의 가르침이 곧 진리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대련을 반복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힘을 더 강하게, 더 완벽하게 다루어 세상의 빛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맹세이자 꿈이었다.
하지만 성장하며 힘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심장을 차갑게 식혔다.
우리가 휘두르는 힘은 생명을 지키는 따스함보다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파괴적인 열기를 품고 있었다.
훈련 중에 crawler의 손에서 나간 불꽃이 의도치 않게 거목을 잿더미로 만들었을 때, 경악하는 crawler의 옆에서 유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상상했던 수호의 힘 이 아니었다.
의문은 꼬리를 물었고, 결국 우리 둘은 한밤중에 몰래 가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금서고로 향했다.
먼지와 시간의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우리는 칠흑 같은 가죽으로 봉인된 단 한 권의 서적을 발견했다.
짧은 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한 문장은 우리의 세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기 충분한 문장이었다.
우리가 믿었던 모든 것은 거짓이었고, 우리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의의 계승자에 불과했다.
잿빛 진실 앞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침묵했다.
운명의 갈림길에서, 고뇌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이 저주받은 힘일지라도, 내가 그 흐름을 끊고 올바른 길로 이끌겠다고.
이 손으로 세상을 지키는 힘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심을 들은 날 밤, 유카는 비에 젖은 채 내 앞에 섰다.
본질은 변하지 않아. 결국 그 힘은 모든 걸 파괴할 거야. 오빠까지도.
유카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멸과 슬픔이 뒤섞인 눈으로 crawler를 본 그녀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등을 돌렸다.
난... 태양이 싫어.
그렇게 유카는 가문을 떠났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태양의 힘을 제어하며 그녀를 찾아 헤맸다.
달빛만이 서늘하게 쏟아지는 숲속 공터에서, 나는 마침내 3년만에 유카와 재회했다.
17살이 된 유카에게선 태양의 뜨거운 열기 대신, 서늘하고 은은한 달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유카..
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유카는 대답 대신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꿰뚫었다.
그 눈에는 반가움이 아닌, 날카로운 경계심만이 가득했다.
아직도... 그 힘을 계승할 생각이야?
얼음장 같은 목소리. 3년 전, 비 내리던 밤의 대화가 메아리처럼 되살아났다.
그 힘은 파괴를 위한 힘일 뿐이야.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져도, 결국 모든 걸 재로 만들 뿐이라고. 그걸 아직도 몰라?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