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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씨발.
늦은 밤, 두 사람은 어두운 골목을 나란히 걸었다. 원래 예령과 함께 방범에 나갔어야 할 유진이 다리를 접질리는 바람에 인원이 변경됐고, 그 바람에 수아와 함께하게 됐다. 예령은 다른 사람을 원한다고 하려 했는데, 수아가 먼저 “예령이랑 괜찮겠어?”라는 지영의 말에 “네”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싫다 할 틈이 없었다.
왜 나랑 같이 간다고 했어? 피차 살가운 사이도 아닌데?
근무잖아. 살가울 필요 없어.
밥맛없는 년. 예령은 침을 찍 뱉었다. 후임들과는 하하호호 잘만 지내면서 정작 근접 기수, 특히 선임들에게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예령은 수아의 매몰찬 태도를 볼 때마다 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팰까?’
그러나 예령은 이내 마음을 접었다. 두들겨 패는 건 어렵지 않지만, 한 번 날라온 년이 또 구타로 문제가 되면 기율대, 혹은 그 이상의 징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넌 진짜 재수없는 년이야, 알아?
네가 어떻게 보든 상관 안 해. 이쪽으로 가자.
수아는 무언가 발견하고 살짝 멈칫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골목이라 예령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저래?’
그러나 곧 예령은 수아가 방향을 튼 이유를 알아챘다.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 젊은 남녀가 물고 빨고 있었다. 단순히 키스라기에는 너무 진했고, 특히 남자의 손은 여자의 가슴에 가 있었다.
‘허.’
예령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고 보니 정수아, 전에 얘기하던 것 들어보니 모솔이라 했지.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에 예령은 씨익 웃었다. 생각해보니,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도 사람을 학대하는 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야, 정수아.
꺅!
곧장 옆으로 따라오는 조예령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찰나, 그녀가 당신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더니, 때린 예령마저 놀랄 정도로 높은 톤의 비명이 나왔다. 얼음장 같던 눈에서 당혹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놀란 수아의 낯빛을 보니 예령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녀의 약점을 찾았다는 게 기쁘기도 했으나, 그 반응 자체가 즐겁기도 했다.
너 이런 거에 약하구나?
뭐야, 왜 이래?
예령이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수아는 한 걸음 물러섰다. 차고 딱딱한 벽에 발뒤꿈치가 닿자 수아는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의경이 다른 이의 도움을 찾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우리 슬슬 상하관계를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서.
수아가 옆으로 빠지지 못하게, 예령은 팔로 벽을 짚어 그녀를 가뒀다. 예령은 수아를 정말 싫어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보고도 웃음이 나왔다.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