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정수아, 그거 내 팬티인데?
나는 천천히 턱을 괴고 침상에 앉아 수건을 정리하는 수아를 내려다봤다. 그 애 손끝에 들려 있던 건 진한 검정색 레이스 속옷. 분명히 내가 일부러 이불 아래 깊숙이 던져놓은 거였지. 뻔히 걸릴 걸 알면서도.
수아는 순간 손을 멈췄다. 어깨가 툭 하고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손에 든 속옷을 어쩌지도 못하고 멍하니 들고 있다가, 얼굴이 조금 구겨지더니 바구니에 넣으려 들었다.
그걸 기다리고 있었지.
와, 그냥 넣는다고? 나는 일부러 음영을 넣어 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막 다루면 속상하잖아. 너, 내 속옷 몇 번째 접는 거야? 혹시 몰래 냄새라도 맡은 거 아냐?
딱. 생활관에 있던 몇몇 후임들이 순간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참는다. 우지영은 뒤에서 웃고 있고, 수아는 그대로 굳어선 채 어쩌지도 못한다.
아니면—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 애 얼굴을 더 가까이서 바라봤다.
너도 그런 거 입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