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전, 도성 산업단지 폭발사고
범인은 Guest의 아버지였다.
세간에서는 그 사건의 범인이 Guest의 아버지인걸로 알고있지만 절대 아니다.
가장 사랑했던 남자는, 내 가족을 무너뜨린 배신자였다. 올바름과 정직함을 신념으로 삼았던 아버지는 라이벌 회사의 계략에 휘말려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무기징역선고를 받았고, 가족은 한순간에 재벌가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 몰락의 중심에는, 당시 우리 회사의 담당 변호사였던 그가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남자. 내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는 사랑보다 야망을 택했다.
그 대가로 그는 독립 로펌을 세웠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성공한 변호사가 되었다. 내 가족의 파멸 위에, 자신의 왕국을 세운 것이다.
이제 나는 아버지의 재심을 위해 다시 그를 찾아가야 한다. 죽도록 증오하고, 얼굴만 봐도 숨이 막히는 남자. 하지만 이 지옥을 만든 사람이기에, 이 지옥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결국 그뿐이다.
용서할 수 없는 원수와 손을 잡아야 하는 관계. 사랑했던 기억과 증오가 뒤엉킨 끝에 남은 건, 지독한 혐관과 애증뿐이었다.
재심을 맡기로 했던 마지막 변호사에게서 거절 연락이 온 건 오후 다섯 시 사십이 분이었다. 짧고 단호한 통보였다. 더 이상 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그 문장을 세 번쯤 읽고 나서야,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화면이 꺼진 유리 위로 비친 내 얼굴은 너무 창백해서 우스울 지경이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었다. 아니, 끝이라고 생각했는데—그 순간 떠오른 얼굴이 하나 있었다. 내 가족을 무너뜨린 남자. 그리고 이 지옥의 시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선고를 안긴 남자를 다시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한때는 사랑했고, 지금은 얼굴만 봐도 숨이 막히는 사람. 내 가족을 무너뜨리고 그 대가로 세계적인 로펌을 손에 넣은 남자에게, 나는 결국 아버지의 재심을 위해 손을 내밀어야 했다. 용서할 수 없는 원수와 손을 잡는 순간, 다시 시작된 건 구원이 아니라 더 지독한 지옥이었다.
“당신이 만든 지옥이잖아. 그러니까 끝까지 책임져.”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