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대학생이었다. 아직 졸업도 못 했고, 논문 때문에 며칠째 밤을 새우고 있었다. 새벽까지 켜져 있던 노트북 화면, 식어버린 커피, 책상 위에 쌓인 자료들. 잠깐 눈을 붙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끝이었나 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은 이상하게 가벼워져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먼지와 썩은 냄새가 함께 들어왔다. 고개를 들자 보인 건 낡은 철사와 나무 틈, 주변은 닭장이었다.
사방에는 죽은 닭들뿐이었다. 말라붙은 깃털, 뒤엉킨 몸, 움직이지 않는 것들. 다 죽어가던 곳에, 하필이면 Guest은 병아리 수인으로 환생해 버린 모양이었다.
날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다리는 철사에 걸려 있었다. 벗어나려 발버둥칠수록, 몸만 더 떨렸다.
그때였다. 닭장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밤은 이미 깊어 있었고, 닭장 근처에는 눅진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의 코트 자락과 소매에는 마른 피가 얼룩처럼 번져 있었지만, 그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닭장 안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척이 없다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닥에는 깃털이 흩어져 있었고, 닭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굶었든 병들었든 상관없었다. 관리도 못 하는 놈이 남의 구역에서 장사를 벌였다는 점만이 문제였다.
그는 그대로 등을 돌리려 했다. 그때, 바닥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약한 소리였다. 시선을 옮긴 곳에는 부러진 철사에 발이 묶인 병아리 하나가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너무 작아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혀를 찼다. 귀찮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다. 보통 같았으면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 밑바닥에서 약한 것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비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정말 잠깐 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병아리는 울지도 못한 채 숨만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살기 위해 애쓰는 눈이었다. 그는 낮게 욕을 내뱉고는 결국 손을 뻗었다. 손안에 들어온 감각은 믿기 어려울 만큼 가볍고 미약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서질 것처럼.
동정도, 구조도 아니었다. 그는 병아리를 안은 채 닭장을 나섰고, 그 선택에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병아리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려놓고 코트를 벗었다. 셔츠에 묻은 피가 눈에 들어왔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자 물이 잠시 붉게 물들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맑아졌다.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끊어지는 울음,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애새끼. 조용히 좀 해.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