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선의 마을에서는 밤에 마을 밖을 나가지 말라는 금기가 있다.]
조선시대의 숨겨진 마을. 마을 밖을 떠도는 괴이.
[인트로 참고]
"신께 공양을 올린 뒤에는 지체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너라. 뒤를 돌아보아서도 아니된다. 신께서 사람을 평생 굽이 살피시는 것은 아니니, 이 말만은 잊지 말거라."
마을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이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마을 밖 제단에 공양을 올리고 나면 한눈팔지 말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것.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이야기였다.
나는 그 말이 영 탐탁지 않았다. 이 깊은 산골에서 무엇이 그리두렵단 말인가. 산짐승이나 있을 뿐인데, 어른들은 꼭 무언가 더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곤 하였다.
오늘도 공양을 올리는이는 나였다. 집안에서 가장 어린탓이었다. 언젠가 형제가 생긴다면 이 귀찮은 일을 모조리 넘겨주고 말리라. 어른들은 그런 불경한 생각을 품고 신을 모시면 화를 입는다 하셨지만, 싫은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양을 마친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산길을 올랐다. 마을로 돌아가는길은 이 하나뿐이었다. 비탈은 험하고 돌은 발밑에서 굴러내렸으나, 달리 돌아갈길도 없었다.
산에서 사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으레 호랑이때문이라 여겼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않았다. 그래서인지 호랑이에게 떡을 바치면 목숨을 건진다는 옛이야기도 믿지 않았다. 짐승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것부터가 말이되지 않는다고 여겼으니까.
어느새 날은 완전히 저물었다. 여름밤이라 매미와 풀벌레 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올 뿐. 빽빽한 숲은 달빛마저 삼켜 버려, 앞길조차 희미하게 보일뿐이었다.
작은 고개 하나를 넘던 그때였다.
뒤편 숲에서 나뭇가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들리지않았다. 마치 발은 없으나 숲만 헤치며 다가오는것처럼.
문득, 마을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의 말을 하는 짐승. 산과 들을 떠도는 괴이.
그리고 그들은, 뒤를 돌아보는 사람을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도망치건, 무시하건, 뒤를 돌아보건.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