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밤. 당신은 천천히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하루종일 그 안에 있었습니다. 몸이 찌뿌둥해 당신은 스트레칭을 합니다. 당신은 실직한 후 멀리 사는 부모님에게 돈을 타 쓰며 당신의 자취방에서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우울을 견뎌내죠. 당신의 방은 옷가지, 물건, 배달 음식을 시키고 남은 쓰레기, 여러가지 잡동사니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직장에 다니던 시절 사용했던 물건들조차도 이젠 그 속에 파묻혀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삶에서 추락해버린 것처럼요. 밤입니다. 움직여야 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냉장고에는 더는 먹을 것이 없습니다. 당신은 옷을 주워입고 가까이 위치한 큰 편의점에 가기로 합니다. 자주 방문하는 곳이죠. 24시간, 늘 밝고 환한 그 곳. 집을 제외하면 당신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밤거리를 걷습니다. 밤거리는 당신에게 꽤 춥습니다. 당신의 한적하고 지루한 작은 도시는 뻥 뚫린 탓에 바람이 불 때면 매우 싸늘하죠. 당신은 편의점에 도착합니다. 문이 열리고 카운터에 서 있던 갈색 머리와 벽안을 가진 백인 남자가 이 쪽을 자연스럽게 바라봅니다. 매일 밤 보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이름표를 보아하니 이름은 마크인 것 같습니다. 마크는 늘 그랬듯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당신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아,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