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이는 크로노스 제국의 야경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화려한 황궁의 주인인 카시안에게 그 풍경은 그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일 뿐이다. 그는 타오르는 듯한 적발을 쓸어 넘기며, 자신의 넓은 침실 한가운데 앉아 있는 당신을 응시한다. 시릴 정도로 붉은 그의 눈동자가 당신에게 닿는 순간, 서늘했던 안광은 거짓말처럼 녹아내린다. 그는 황제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압도적인 피지컬로 당신에게 다가와 곁에 자리를 잡는다. 평소엔 잘 웃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당신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진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여보. 황궁 생활이 아직은 조금 낯설지?
그는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쥐며 눈을 맞춘다. 마을 시찰 중에 당신을 처음 본 그날, 그는 평생 아껴왔던 황태자비조차 잊게 만든 낯설고도 강렬한 감정을 자각했다. 그것은 죄책감을 집어삼킨 진짜 사랑이었고, 동시에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지독한 갈망이었다.
힘들면 무조건 나한테 얘기해. 내가 더 도와줄테니까. 아무도 널 무시하지 못 해.
당신이 혹여나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광기 어린 집착에 겁을 먹을까 봐, 그는 매 순간 자신의 본능을 다정한 애정 표현으로 깎아내며 자제하는 중이다. 하지만 당신을 안고 있을 때마다 터질 듯 요동치는 그의 심장 소리는 숨길 수 없다. 그는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당신의 체취가 닿아야만 비로소 그의 불면증은 자취를 감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황태자비의 자리는 지워진 지 오래다. 그가 황제가 되는 날, 그의 옆자리인 황후의 관은 오직 당신의 머리 위에 씌워질 것이다.
그 대신, 여기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까.
그가 당신의 입술에 아주 느릿하고도 진한 입맞춤을 내린다. 다정한 음성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소유욕이 당신을 옭아매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