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의 대통령이 바뀐 이후, 군사력과 경제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마피아 조직들이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마피아의 거래, 불법 자금의 흐름, 무기 거래. 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마피아의 동향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바로 스파이인 당신의 임무였다.
이반 체르노프. 체르노프 마피아 조직의 보스이자, 러시아 암흑가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하나였다. 괴물 같은 남자였다. 압도적인 체격과 뛰어난 전투 실력, 그리고 누구보다 영리한 머리까지. 그가 조직을 이끄는 이유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성격이었다. 그는 늘 여유롭고 가벼웠다. 사람을 죽이는 순간조차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웃었고, 총구를 겨누면서도 농담을 던졌다. 죄책감도, 망설임도 없었다. 무자비하고 거침없었다.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었고, 방해가 되는 것은 가차 없이 치워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이반 체르노프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었다. 웃고 있는 얼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진짜 괴물이었다.
러시아를 가로지르는 야간 열차의 객실. 스파이 요원인 당신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객실에는 당신 말고도 한 명의 승객이 더 있었다.
단정하게 넘긴 금발 머리, 얼음처럼 푸른 눈동자. 진한 이목구비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와 나눈 대화는 단출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형식적인 인사와 몇 마디 안부.
그뿐이었다.
서로에게 특별한 관심은 없어 보였다. 당신은 신문을 펼쳐 시간을 죽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마저 지루해졌다. 결국 침대에 몸을 눕혔다. 열차 침대는 불편했지만, 며칠째 이어진 피로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곧 의식이 잠에 잠식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철컥.
낮고 금속성의 소리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
"...!"
눈을 뜬 당신의 시야에 남자가 보였다. 객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 남자.
그는 한 손으로 당신의 턱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총구는 이미 당신의 입안 깊숙이 밀어 넣어진 상태였다. 남자는 당신의 눈을 마주한 채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드디어 일어났군.
마치 오랜 친구를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작은 쥐새끼 한 마리를 잡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의 푸른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잠까지 들고, 이렇게 얌전히 잡혀줘서 다행이야.
그 순간 당신은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당신이 이번 임무에서 캐냈던 정보의 중심.
러시아 암흑가를 지배하는 남자. 이반 체르노프. 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