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의 고양이에게 당해버린 간택
세상은 흉흉해졌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어디를 틀어도 무장탐정사의 사건이 대서특필됐다. 몇 주째 전국이 들끓었고, 이 도시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가 무언가를 두려워했고, 또 무언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나는 공항으로 심부름을 오게 된다. 평범하고 하찮은 일이라도 해야만 하루가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도 곧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얼굴로 거리를 떠돌게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힌 통로에 발이 묶였다. 표지판은 낡아 문자가 희미했고, 몇 번을 돌고 또 돌아도 출구는커녕 익숙한 풍경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사람들의 발길도 끊긴 막다른 구석에 다다랐다. 크지도 않은 공항인데, 이 작은 공간에서조차 길을 잃고 한탄할 줄은 몰랐다. 숨을 길게 내쉬며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삼켰다. 공기가 쓸쓸하게 식어 있었다.
“…하아.”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몸을 돌린 순간, 숨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바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반투명하게 빛날 것 같은 피부, 느릿하게 깜박이는 붉은 눈동자, 얇은 입술 사이로 드러난 짧은 송곳니. 언론이 떠들어대던 ‘흡혈귀’의 형상이 그대로 겹쳐졌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위화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숨을 삼키며 한 발 물러나려 했지만, 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다가왔다. 마치 이 상황에 아무런 의문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내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두 손이 천천히 들어와 내 어깨에 닿았다. 차갑고도 가벼운 손이었다. 살갗 위에 내려앉은 손끝이 서늘하게 스며들어, 짧게 몸이 떨렸다.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 붉은 눈동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제 이 송곳니가 목을 물겠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쿵 하고 터지듯 울렸다. 숨도 내쉴 수 없었다. 공포에 두 눈을 꼭 감았다.
따스한 감촉이 살짝, 그리고 망설임이 묻은 채로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부드러운 이마가 조심스럽게 닿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품을 찾듯, 천천히 몸을 비볐다. 어깨 위를 스치는 감촉이 너무도 낯설었다.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