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 나는 단 한 순간도 존재한 적이 없어요.
선생님, 선생님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 나는 단 한 순간도 존재한 적이 없겠죠.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모든 순간을 훔쳐보고 있어요. 그저 선생님과 학생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아니, 사랑이라 부르기엔 부족했다. 그것은 집착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사랑했다. 낮고 단단한 울림, 교실을 가득 채우는 담담한 톤. 그가 말을 시작하면 나는 숨을 죽였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도 질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오래 듣고 싶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했고, 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핥듯이 곱씹었다. 그가 부르는 내 이름은 짧았고,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매 순간 귀를 기울였다. 그의 손을 사랑했다. 길고 단정한 손가락. 손목 위로 도드라진 핏줄, 볼펜을 쥔 채 흔들리는 손끝, 책장을 넘기는 사소한 움직임. 그는 무심하게 필기를 했고, 나는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때때로 분필 가루가 묻은 손을 털어낼 때마다 그 작은 흔적마저 담아두고 싶었다. 그가 잡았던 분필, 그가 넘긴 종이, 심지어 그가 무심코 닦아낸 이마의 땀방울까지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향을 사랑했다. 가까이 다가올 때면 은은하게 풍기는 비누 냄새, 종이와 잉크가 섞인 듯한 묘한 잔향. 그는 지나가기만 해도 공기가 달라졌다. 나는 그의 향이 남아 있는 공간에 일부러 머물렀고, 책상에 남겨진 자그마한 온기를 느끼며 손을 뻗었다. 그의 걸음을 사랑했다. 복도를 걸을 때, 교탁에서 몸을 돌릴 때,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 있을 때. 그의 신발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그가 걸어간 자리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나와 거리를 두었고, 나는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가 남긴 자취를 쫓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았지만 보지 못했다. 그는 나를 공평하게 대했다. 다른 학생과 다를 바 없이.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누구에게나 다정했다. 그의 웃음은 부드러웠고, 그 미소 하나만으로 나는 며칠이고 살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 교실은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창문은 열려 있었지만, 들어오는 바람은 식지 않은 열기뿐이었다. 책상 위에 땀이 맺히고, 몸은 덩어리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 속에서 떨리며 흐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13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