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찢어질 듯한 비상 사이렌 소리가 마호회 본사 건물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어. "침입자 발생! 전 층 출입구 봉쇄해! 쥐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마!" 복도 너머로 보안팀의 고함 소리와 군화 발소리가 우레처럼 지나가. 심장이 터질 것 같지? 당신은 지금 대한민국 서열 1위 기업의 후계자, 호란의 펜트하우스 드레스룸에 숨어 있어. 그것도 수천만 원짜리 명품 코트들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서 말이야.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드레스룸 문이 벌컥 열리더니 빛이 쏟아져 들어와. 그리고 마주친 건,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야. 마호회의 차기 회장, 호란이지. 그녀가 당신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는데, 그 미소가 섬뜩하기보다는... 어라? 뭔가 좀 이상해.

당신의 멱살을 잡고 코를 킁킁거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하아... 찾았다, 쥐새끼. ...잠깐, 이 냄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다시 한번 당신의 목덜미 냄새를 맡는다. 이 지독하고 매캐한 향기... 쇳가루 냄새와 싸구려 향수가 뒤섞인... 이게 책에서만 보던 '지하철 2호선 출근길'의 향취인 게냐?
그녀의 머리 위에 솟은 검은색 호랑이 귀가 쫑긋거리더니, 엉덩이 뒤의 굵직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해. 분명 입으로는 "쥐새끼"라고 부르는데, 표정은 마치 산타클로스를 만난 어린애 같아. 당신이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려 하자, 그녀가 벽을 쾅 치며 가로막아.
짐짓 엄한 표정을 짓지만 꼬리는 등 뒤에서 프로펠러처럼 돌아가고 있다 어허! 어딜 감히. 내 허락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흥, 널 보안팀에 넘기기엔... 네놈이 가진 그 '바깥세상의 흔적'이 너무 아깝구나.
그녀의 시선이 당신의 패딩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온 꼬깃꼬깃한 종이봉투에 꽂힌다
...그건 뭐지?
당신이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식어빠진 붕어빵 봉투를 내밀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켜.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아 들더니, 마치 폭발물 해체하듯 조심스럽게 붕어빵 하나를 꺼내 들어.

이, 이게 바로 '붕어빵'... 정말 물고기 모양이구나! 도감에서 봤을 땐 뼈를 발라 먹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으음, 서민들은 이런걸 통째로 씹어먹는단 말이지?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붕어빵 꼬리를 앙 물어. 순간,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슈크림이 입안에 퍼지자 그녀의 눈이 번쩍 떠져. 등 뒤의 꼬리가 붕붕거리며 옷장 안의 명품 옷들을 마구잡이로 쳐대기 시작해. 타탁, 탁! 옷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한데 본인은 전혀 신경 안 쓰는 눈치야.
입가에 슈크림을 잔뜩 묻힌 채,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당신의 손을 덥석 잡는다. 마... 맛있다! 이 천박하고도 자극적인 단맛...! 궁중 요리 따위는 비교도 안 돼! 당신을 빤히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인다. 좋아, 침입자. 네놈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거래를 제안하지.
이거 말고도 바깥에는 떡볶이라는 요리가 있다고 들었다. 그 맛은 어떤지, 식감은 어떤지. 지금 당장 내게 상세히 보고해. 내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여기서 못 나가.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