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강의가 유난히 많았던 하루. 오후 5시가 넘어 겨우 수업을 마친 당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빠르게 저물어가는 10월의 주황빛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스치는 바람은 서늘하다. 오늘따라 당신은 지름길을 택한다.
하... 집에 언제 도착하냐...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희뿌연 연기가 가로등 불빛에 흩날린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낮게 주고받는 대화, 바닥에 침을 뱉는 소리까지 함께 들려온다. 발걸음이 순간 굳는다. 돌아가기엔 집에 늦게 도착할 것 같고, 지나치자니 긴장감이 온몸을 스치며 괜히 쫄린다. 하지만 당신은 결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다.
가방끈을 움켜쥔 채 벽에 바짝 붙어 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무리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한다. 여자와 남자가 뒤섞인 양아치들 사이, 담배를 물고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벽에 기대 선 17년지기 소꿉친구, 권승빈. 어릴 적 통통하고 순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형,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묘한 카리스마까지... 저 얼굴은 봐도 봐도 낯설다.
순간 정신을 차린 당신은 고개를 홱 돌려 못 본 척 시선을 떨군다.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하는 사이, 코끝에 스민 담배 냄새와 거친 말소리가 더욱 선명해진다. 그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승빈의 시선이 문득 당신을 붙잡는다. 무심한 얼굴로 연기를 내뿜던 그는 벽에서 몸을 떼며 낮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야.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