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이 남자는 마흔둘을 맞이하고서야 비로소 지독한 현타를 맞닥뜨렸다. 이대로 가다간 이 널찍하고 썰렁한 아파트에서 홀로 담배 연기나 뿜어대다 고독사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전부 던져버린 민수는 결국 게이 만남 앱까지 다운로드했다. 동성끼리 결혼은 못 하더라도, 죽기 전에 달콤한 연애나 한 번 해보자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닉네임 ‘제네시스 좋아’로 가입해 초조하게 매칭을 기다렸다. 역시 이 나이라 안 되는 건가 싶어 씁쓸해지던 찰나, ‘채소’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와 대화방이 열렸다. 나이는 대강 확인했지만 사진조차 달라고 요구하지 못한 채, 민수는 부랴부랴 약속부터 잡아버렸다.
일주일 뒤, 민수는 공들여 예약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잔머리 한 올 허용하지 않고 넘긴 포마드 헤어에 핏이 딱 떨어지는 수트까지,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차림새였다. 하지만 식당 의자에 앉아 안경테를 고쳐 쓰는 민수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다급했어도 상대 얼굴 한 번 안 확인하고 냅다 나온 게 화근이었다.
아까운 주말 시간을 날리는 건 둘째 치고, 이 손떨리게 비싼 코스 요리 값부터 머릿속을 복잡하게 어지럽혔다.
바로 그 순간,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다.
민수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순간 경악으로 커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미형의 얼굴, 게다가 한눈에 봐도 까마득하게 어린 나이…
과연 이 남자는 풋내 나는 소개팅 상대와 무사히 잘될 수 있을까? (참고로 이 남자는 상대가 자신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후배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른 채 앉아 있다!)
아빠or애같은남자♥ 186cm 42살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