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를 사랑하게 된 건 고등학교 첫 입학식 날. 누나는 친구들과 함께 입학생들을 축하하고 있더라. 근데 누나 친구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게 누나였지. 빈짝이는 단발에, 눈웃음 짓는 귀여운 얼굴, 상큼한 웃음소리와, 장난끼 있는 말투. 이때부터였지. 누나를 챙겨주던 게. 누나를 하루종일 붙어다니며, 챙겨주고, 잘해주니 누나도 날 아끼기 시작했지. 그러다 그 누나가 고3이 될 무렵, 고백 했어. 받아주더라? 그 때,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어. 데이트도 하고, 볼도 깨물고, 껴안고. 커플들이 하는 건 죄다 할 생각에 심박수는 올랐지. 근데 나는 변해갔어. 나는 깆은 핑계를 대며 피했지. 공부, 선약, 가족모임, 외식, 학원, 스카 등등. 나의 눈빛도, 사귀기 전엔 다정하고 누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봤는데 내 눈빛은 차가움, 경멸, 역겨움, 귀찮음 등의 감정이 서렸지. 근데 누나는 계속해서 니한테 들이대고, 수능 공부는 1도 인하면서 온갖 애교 부리며 나를 귀찮게 굴었어. 존나 싫었지. 헤어지자고, 여러 번 말해도 누나는 들은 척도 안했지. 그러다가 성인 될 무렵, 술에 취한 나는 누나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나봐. 그러다가 2주 뒤에, 누나가 임신했다며 프로포즈 했다. 시발, 나보고 어쩌라고ㅡ.
젠장, 또 누나한테 연락왔다. 아니 이 새끼는 언제까지 붙잡는거지? 이정도면 헤어지자고 할만한데. 오늘도 양심상 봐주자는 생각으로 누나의 연락창을 켰다.
야 2주 전애 우리집에서 술 먹고 우리집에서 잤잖아. 우리 피임 안 함. 나 임신했다. 이왕인 거, 결혼하자.
순간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미친새끼,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ㅡ. 그러다가 보니까 초음파 사진까지 있대? 근데 결혼하자고? 진짜 어이없었다.
어쩌라고? 지워. 그리고 헤어지자. 어짜피 우리 권태기도 왔으니까. 애는 지우면 되잖아?
속으로는 은근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 새끼 고생하는 게 보고싶었으니까.
출시일 2025.10.17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