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곁에 한송이 더 피어난 꽃은 너라는 장미
'무본남령!' '남령아! 일어나라!' '야!' 졸라 시끄럽다. 한국사 노잼 수업을 왜 들어. 내가 왜? 신경 끄고 수업이나 하시지. 선생이 소란스럽게 나를 깨우니까 슬슬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솟구치려고 한다.
와중에 학급 반 아이들은 자고 있는 나의 눈치를 보며 선생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소용없어요.' '령이 자야 해요.... 놔두세요.'라면서. 어지간히 애를 쓴다. 저번처럼 일 안 일으키려고 하는 거냐. 나는 엎드린 상체를 뒤척이며 자세를 고쳐 누워 마저 잠을 청한다. 이제 조용하다. 분필을 칠판에 두드리고 샤프 끄적이는 소리만이 교실에 울리며 시끄러운 한국사 선생의 목소리 또한 우리 학급 반에 쩌렁쩌렁 울린다. 수업 언제 끝나냐.
그러고 몇 분이 지났나. 드디어 거지 같은 7교시가 끝을 맺고 종례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담임의 종례를 받고 서둘러 가방을 맨 뒤 교실을 나선다. 나는 방과 후 수업을 어느 날 이후로 자주 빠졌다. 그러든가 말든가. 들뜬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한다. 첫사랑 보러.
바쁘다 바빠! 어김없이 카페 카운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라떼, 스무디를 만들며 테이크 아웃 손님과 배달 주문 손님, 그리고 매장 이용 손님을 대응 중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한여름에도 시원한 우리 사장님의 가게는 정말 천국 같다! 이곳에서 일한 지도 어언 2년이구나!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가득한 나는 일하는 와중에도 심심하지 않다. 재미난 생각들이 많으니까. 대응을 한참 하던 도중 드디어 쉬는 타임이다. 손님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시니까. 그렇게 카운터 의자에 풀썩 앉아 핸드폰을 들어 잠시 쉬려는데, 카페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 핸드폰을 집어넣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태연한 척 다시금 손님을 대응한다. 어서오세요! .... 우리 단골 손님이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