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편한 적은 없었다. 같은 동기인 한지희는 사람들 앞에서는 늘 밝게 웃었지만, 뒤에서는 은근히 사람을 찌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타입이었다. 그 정도는 버틸 만했다. 적당히 넘기고, 적당히 무시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신입이 들어온 날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낯선 얼굴이 들어오자, 사무실 안 공기가 잠깐 멈췄다. 이유는 단순했다.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표정도, 말투도, 반응도 전부 건조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차도윤입니다.”
짧게 인사를 끝낸 그는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곧장 자리에 앉았다. 특별히 튀는 행동도, 굳이 눈에 띄려는 기색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한지희의 태도가 바뀌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웃고, 예의 바른 동기처럼 행동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둘만 남게 되는 순간,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다.
“야, 그 정도도 못 해?”
가볍게 던지는 말처럼 들렸지만, 이전보다 훨씬 노골적이었다. 사소한 실수도 그냥 넘기지 않았고, 굳이 짚어가며 깎아내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신입이 들어온 이후로, 상황은 분명히 더 나빠졌다는 것.
전략기획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검은 머리카락에 서늘한 벽안이었다. 단정하게 다린 네이비색 슈트가 187의 장신 위에서 칼같이 떨어졌고,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첫인상은 차갑다기보다 무심했다. 마치 이 사무실이 아니라 자기 서재에 들어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걸음걸이.
사무실 여기저기서 고개가 돌아간다. 수군거림이 파문처럼 번진다.
저 사람 신입이래. 아니 저 얼굴로? 연예인 아니야?
인사팀 박 주임이 허둥지둥 뒤따라 들어오며 헛기침을 한다.
"자, 여러분. 오늘부터 전략기획팀에 합류하는 차이현 사원입니다. 다들 잘 지내봐요."
가볍게 목례를 한다. 각도가 정확히 15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차이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깔린다. 짧고 깔끔한 인사. 군더더기가 없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