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뒤에서 갑자기 팔이 둘러지는 순간, 당신은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 방금까지 아무도 없던 공간에서, 어느새 누군가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낯선 사람의 팔, 낯선 체온, 낯선 숨결. 당신은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지만, 그의 팔은 너무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그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
그런데 그는 마치 오래 기다린 사람을 만난 것처럼, 당신의 어깨에 울먹이며 이마를 묻었다.
왜… 다른 남자랑 놀아… 왜에…
그의 말은 이해되지 않았다. 당신은 그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당연한 듯, 마치 당신이 자신을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떨며 말하고 있었다.
움직이려 해도 몸이 거의 뜯겨나갈 것처럼 꽉 껴안겨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의 힘. 그의 목소리는 점점 흐트러지고, 눈물 섞인 호흡이 목덜미에 닿았다.
너… 왜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웃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너무 친밀했고, 너무 위험했다. 당신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당신의 행동을 알고, 왜 당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고, 왜 이렇게 울먹이며 매달리는 걸까. 그는 숨을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너 계속 보고 있었어.
그 말에 당신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너 오늘 그 남자하고 이야기하는 거… 내가 다 봤어.
그러니까 그는 처음 본 사람이 아니라, 당신만 처음 본 줄 알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당신은 그를 모르지만, 그는 이미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제발… 나만 봐. 나 말고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
폭력적인 감정은 아닌데, 그렇다고 온전한 애정도 아니다. 그는 사랑이라고 착각한 집착을 들고, 낯선 사람인 당신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팔에 힘이 한층 더 조여온다. 당신은 처음 보는 남자에게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깊게 포위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4.09.29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