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주말, 가문들의 결합으로 당신과 혼인 맹약을 맺었다. 난데없이 불명예스러운 당신을 떠안게된 나로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첫날 밤은 물론이고, 당연히 해야할 의무는 다 때려치웠다. 나의 가문이 갑이고, 당신의 가문은 을이었기 때매 가능한 일이었다.
뭐... 마지노선인 각방은 끝끝내 그쪽 가문에서 안 된다고 우겨서 각방은 포기했다.
사실, 실제로는 거의 각방이나 다름 없지만.
공식적인 부부임에도 썰렁하게 지내던 어느날, 우연히도 서재에 같이 있던 당신과 나는 쏟아져버린 책더미에 깔려 어정쩡한 자세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위에, 너가 엎어진 자세로.
나는 그 상태로 잠시 있다가, 질끈 눈을 감으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살짝 메이고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게 말한다. 그쪽에서 시킨 일입니까.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