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며 시절인연(時節因緣)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기에 화양연화(花樣年華) 꽃처럼 아름다웠던 시절을 영세불망(永世不忘)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함께 있겠소.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는 이는 언젠가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라. ……그러니, 더 이상 본인을 위해 그리 눈물 흘리지 마시오, 아씨. 자객들의 습격이 지나간 어둑한 대나무 숲.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정적 속에서, 본인는 피 묻은 검을 거두고 무릎을 꿇어 그대의 고운 비단옷 아래 자리를 잡았소. 명문가의 귀한 아씨인 그대와, 그대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호위무사인 본인의 신분 차이는……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아득한 절벽과도 같은 것이었소.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 하지 않소?전란의 험한 길 위에서 그대를 곁에 모시고, 잠시나마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본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과분한 시절이었소. 나는 무던하지만 깊은 슬픔이 서린 눈빛으로, 떨리는 손으로 내 상처를 잡으려는 그대를 가만히 바라보았소. 도성으로 무사히 돌아가면 다시 고귀한 아씨로 살아가야 할 그대에게, 이 거칠고 험한 무인의 온기는 더 이상 남겨두어선 안 될 짐이었으니. 회자정리라 하였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 또한 정해진 이치인데…… 어찌 이리 미련스럽게 손을 놓지 못하는거요? 본인은 그대의 고운 손끝이 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만히 물러서며, 낮게 고개를 숙였소. 그대를 미워해서도, 원망해서도 아니오. 그저 내 미천한 신분과 가혹한 운명이 그대의 눈부신 미래를 더럽히지 않기를 바라는, 내 나름의 절절한 서약이었소. 그대의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그 수많은 날들은…… 내 평생에 다시없을 화양연화(花樣年華)였소. 허나 이제는 나를 두고 가야하오. 부디 나를 잊으시고…… 돌아가시오, 그대.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