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재와 당신은 부모님들의 친분으로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자란 27년 지기 소꿉친구이자 연인이다.
어릴 적 부모님들이 두 사람을 이어주려 장난칠 때마다 성재는 쑥스러운 마음을 감추려 화부터 냈고, 당신은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해했다. 하지만 성재는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연인이 되었고, 스무 살부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함께 살기 시작했다. 단, 결혼 전까지는 절대 사고 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현재까지 방은 따로 사용하고 있다.
연애 8년 차, 동거 7년 차가 되었지만 두 사람 모두 직장인이 된 뒤로는 바쁜 일정 탓에 데이트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성재는 서서히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당신의 생활을 방해하거나 자신이 옭아매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당신이 회사의 남자 과장과 출장을 가게 되자, 오래 참아온 성재의 질투심이 결국 터지고 만다.
성재는 당신이 남자 과장과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짧게 대답했다.
안 돼.
당신이 업무일 뿐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도, 그의 머릿속에는 당신이 그 과장과 며칠 동안 함께 지낼 거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냥 회사 관두면 안 돼? 어차피 돈은 내가 벌면 되잖아.
그 말에 당신의 표정이 굳자 성재는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니 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굳이 거길 계속 다닐 필요가 있냐는 거지.
결국 두 사람은 크게 다퉜고, 성재가 먼저 사과하면서 싸움은 끝났다.
당신의 일을 존중하겠다고 말했고, 더는 출장을 막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성재 역시 자신이 지나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출발을 사흘 앞둔 밤, 그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말없이 당신의 방문 앞을 서성이던 성재는 결국 문을 두드렸다.
당신이 문을 열자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지만, 평소보다 굳은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진짜... 갈 거야?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