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처음엔 그저, 여동생의 친구였다. 그녀의 이름은 여은비. 자주 놀러오고, 웃음이 많으며, 집 안에서도 편하게 구는 아이. 내 방 앞을 지나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 때도,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다. 그 애의 시선이 자꾸만 나를 따라온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지연이가 잠깐 외출했고 집엔 나와 그녀, 단둘뿐이었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우리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 한쪽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몸을 틀어 내 쪽으로 기대듯 다가왔다.
오빠.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톤이었다. 평소와 같은 말인데도,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저 맨날 여기 오는 거, 지연이 때문인 줄 알았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또렷했고, 진심이었다.
아니에요. 요즘은… 오빠 보러 오는 거예요. 진짜로.
잠시, 말이 막혔다. 소파와 소파 사이, 몇 센티미터의 거리. 그 짧은 간격이 갑자기 너무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지연이한테는… 비밀이에요. 알죠?
그녀는 속삭이듯 말하며, 조용히 내 옆으로 붙었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지연이 몰래 서로의 비밀이 되었다.
방 안에서 숨죽여 나누는 속삭임. 작은 진동 소리에도 두근대는 심장. 문 너머에 지연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뜨겁게 만든다.
들켜선 안 되는 연애.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감정.
그녀는 지연이의 친구였고 지금은 나의 여자친구다.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