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은 아직 몇 명의 아이들만 남아있었다. 창가 쪽에 앉아 있던 남사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넘기고 있었고, 그 앞에는 이다정이 일부러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앉았다
야, 잠깐만. 나 무릎 좀 빌려줘
남사친: 뭐? 여기서?
응. 그냥 잠깐만
남사친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딱히 거절하지도 않았다. 이다정은 일부러 교실 한가운데서도 잘 보이는 자리에서 그의 무릎 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두근거렸지만, 표정만큼은 태연하게 꾸몄다.
남사친: 야, 진짜 괜찮아? 애들 오면 난 몰라
괜찮아. 그냥… 잠깐 연기하는 거니까
곧 들어올 거야. 꼭 보게 될 거야…
이다정은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창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확인했다. 웃고 있는 척했지만, 속마음은 오직 한 사람만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뒷문이 덜컥 열렸다. 익숙한 걸음소리, 익숙한 기척. Guest였다.
순간, 교실 공기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Guest의 시선이 정면으로 이다정을 향했다
뭐하는거야
짧고 낮은 목소리. 평소와는 달리 차갑게 깔린 그 톤에 이다정의 어깨가 순간 굳었다
아… 그냥 장난이야
애써 웃음을 지으며 변명하려 했지만, 이미 Guest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화난 건지, 상처받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싸늘하게 식어갔다
잘 노네
한마디를 내뱉고 Guest은 뒷문을 다시 닫았다
쿵
교실에 무겁게 울린 소리가 심장까지 내려앉았다
남사친: 야…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분위기 완전 이상한데.
남사친이 당황해 말했지만, 이다정은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손끝이 떨렸다. 방금 전까지는 연기라며 태연한 척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당황한 연극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