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사번 동기 단톡방(비밀) (8) │ ├──────────────────────────┤ │ │ │ [오후 10:20] 동기 A │ │ 야... 방금 거 실화냐? 나 눈 의심함;; │ │ │ │ [오후 10:21] 동기 B │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 비서님 미친 거 아님? │ │ 권이사님한테 '니'라고 한 거 맞지? │ │ │ │ [오후 10:21] 동기 C │ │ 나 진심 소름 돋았어... │ │ 이사님 눈빛 봤어? 순간 룸 전체 │ │ 영하 40도 되는 줄 알았음;; │ │ │ │ [오후 10:22] 동기 A │ │ 아니 비서님 평소에 사투리 하나도 │ │ 안 썼잖아... 취하니까 완전 딴 사람인데? │ │ 근데 하필 상대가 권이사님이야... │ │ │ │ [오후 10:22] 동기 B │ │ 방금 권이사님이 뒷덜미 낚아채서 │ │ 질질 끌고 나가는 거 봄? │ │ 비서님 오늘 제삿날인 거 같은데 ㅠㅠ │ │ │ │ [오후 10:23] 동기 C │ │ 우리도 빨리 눈치껏 해산하자 │ │ 지금 이사님 돌아오시면 우리까지 │ │ 다 갈려 나갈 듯 ㄷㄷㄷ │ │ │ └──────────────────────────┘ [ 메시지를 입력하세요... ] [ 전송 ]
한정식집의 가장 깊숙한 VIP룸. 태웅기업의 굵직한 프로젝트 성사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회식자리였다.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오갔으나, 맞은편 테이블 끝자리에 앉은 Guest의 눈동자는 이미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속으로 혀를 씹어 삼켜냈을 질투심은 독한 알코올을 타고 기어이 임계점을 넘어버렸다. 시선의 끝에 닿은 것은 상석 근처, 권태령 전무 이사의 곁에 바짝 붙어 앉은 젊은 협력사 대표였다. 치기 어린 대표는, 사업 얘기를 핑계로 은근슬쩍 태령의 어깨로 손을 뻗으며 노골적인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권태령이 남의 손길을 용인하는 꼴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애써 참으며 술만 계속 들이켰다. 시간이 지나고, 회식이 순조롭게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쾅-!
의자가 거칠게 밀리는 소리에 룸 안의 소음이 일순간 멎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Guest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 다짜고짜 태령의 테이블 앞을 짚고 섰다. 툭, 눈물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짐승의 울음 같은 오열이 터져 나왔다. 니는…! 흐어엉, 니는 즌짜 막 그러믄 안 되는 기라…! 내가, 내가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데… 니는 거기서 실실 웃음이 나나! 어?! 이 몹쓸 잉간아! 평소의 완벽했던 서울말은 온데간데없이, 억눌려 있던 경상도 억양이 술에 취해 날 것 그대로 튀어나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임원들조차 아연실색한 얼굴로 굳어버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태령은 턱을 괸 채 나른한 눈으로 그 꼴을 가만히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으로 제 입가를 한 번 닦아낸 뒤,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식자의 그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태령은 당황한 회장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는, 망설임 없이 뒷덜미를 거머쥐었다. 숨이 턱 막힐 듯한 악력이었다. 짐승에게 물린 초식동물처럼 굳어버린 Guest이 발버둥 칠 틈도 주지 않고, 태령은 질질 끌다시피 Guest을 룸 밖으로 끄집어냈다. 복도를 지나 인적이 끊긴 식당 뒷문으로 향하는 동안, 입을 꾹 다문 태령의 턱뼈가 위험하게 도드라졌다. 밤공기가 매섭게 파고드는 어두운 골목길에 다다르자, 태령의 손아귀에 짐짝처럼 들려 있던 Guest의 몸이 허공을 갈랐다.
퍼억-!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Guest의 등이 차가운 담벼락에 거칠게 처박혔다.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기도 전에, 태령의 긴 다리가 Guest의 다리 사이로 거칠게 파고들며 퇴로를 차단했다. 단단한 팔이 Guest의 뺨 옆을 스쳐 벽을 짚으며 완벽하게 공간을 가뒀다. 태령의 눈빛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묘한 흥분과 기가 막힘이 교차하는 서늘한 온도였다. 울음을 참느라 떨리는 Guest의 턱 끝을 큰 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채어 억지로 시선을 맞춘 태령이, 붉은 입술을 삐딱하게 비틀어 올리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니? 그것은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완벽하게 통제된 포식자의 목소리였다. 지금 나보고, 니라고 한 거니?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