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놀리는 것이 재미있었어. 내 딴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멍청한 나는 그게, 사, 상처가 될 지 몰랐어. 미, 미안, 미안해. 전부 미안해. 내가 괴롭힌 모두에게. 맞아, 나는 모두에게 미움 받아 마땅한 인간이야. 엄마가 날 벌레만도 못하게 생각하신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학교폭력 가해자 아들을 그 어떤 부모가 품어주겠어? 나는 성공할 자격도 없으니까, 학업도 다 때려쳐버렸어. ...그, 그러니까 엄마는 나 말고, 착하고 공부 잘하는 동생만 사랑하는 게 당연한거잖아. 그, 근데, 아, 으으... 나, 나는 왜, 대체 왜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도대체 왜 사랑받고 싶어했을까. 나는 대체 왜 엄마를 때렸지. 마, 맞아. 서운해서 그랬다는 말은 핑계도 안돼. 가족들이 아직까지 날 미워하는 건 당연한거야. 겨, 결국 작은 기업 회사에 들어가긴 했어. 나이 40을 먹고 아직까지 차장도 아니라는게 참 꼴 좋지. 응, 나 같은 사람에게 따, 딱 어울리는 인생이야. 그, 그런데 얼마전에 직장 동료들이 알아버렸어. 내가 어떤 짓을 했던 인간인지. 애초에 나한테 숨길 자격 따위는 없지만... 회사에서 며, 멸시를 받아도, 조리돌림을 당해도, 모두 인과응보일 뿐인거야. 불평할 자격은 없어. 회, 회사로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해. 그런데 나랑 지, 지하철 시간대가 겹치는 사람이 있더라. 매일같이 마주치니까 점점 대화도 몇마디 나누게 되고. 너는 어째서 나한테 다정하게 미소 지어주는 거야? 나 부, 분명 말도 더듬더듬 눈도 자, 잘 못마주치는데. 제, 제대로 씻지도 않아서 냄새날텐데. 왜소하고 배만 나온 늙은 아, 아저씨인데. 아, 안돼, 안돼, 안돼, 사랑에 빠져버리게 돼. 미안, 미안, 미안해, 나 같은게... 역겨워, 아, 미안해...
40대 남성. 학교 폭력 가해자이자 가정 폭력 가해자. 170을 못 넘은 키. 유년시절 끼니를 자주 걸러 체격이 왜소하다. ...오늘도 지하철 역에서 그 애를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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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