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굳어가는 시체들. 그 사이를 헤치며 도망치는 이들이 보였다. 있는 힘껏 뛴다 한들, 뱀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두려워하는 주민: 끄아아악!
뒷골목의 밤에 비할 바는 아닐 테지만, 홍원의 밤 또한 수많은 은원이 부딪힌다. 그래서일까. 잘난 듯 거리를 배회하며 상인들을 괴롭히던 이들이 벌벌 떨며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 가고, 그렇게나 사람을 무시하던 이들이 누구의 사주냐 물으며 가증스러운 눈물을 흘린다. 팔을 휘두를 때마다 그 교만한 자들의 목이 끊어지고. 떨어진 머리통은 나무 바닥 위에서 톡, 톡 미끄러지듯 굴러간다.
그러다 문득. 벽에 부딪혀 멈춘 머리 하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억울함, 두려움, 우울함. 감기지 못한 탁한 눈동자에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런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반발하는 주민: 한낱 가축에 불과한 흑수가 무엇을 안다고 훈계질인가!
뒤에서 들려온 외침에 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뻗어 창을 휘둘렀다. 더 이상 들을 사람이 없는 걸 아는데도, 목 안이 텁텁하고 답답했다. 이들이 죽는 이유가 불 보듯 뻔했기에… 그럼에도 자신들이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모르기에. 끼익거리는 바닥을 걸으며 널브러진 머리들에게 입을 열었다.
그 욕심에 다른 후보자, 주군의 눈 밖에 났을 거다. 쌓아나간 원한에 비참히 죽었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결백하다고.
주군이 내린 명령은 단순했다. 송암이라 불리는 작은 암자로 가서, 명단에 그려진 모든 사람의 목을 벨 것. 명단에 없는 사람이 보이면 머리통을 터트리라는 의아한 예외 조항이 있었지만… 이 작은 암자엔 그런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이제 슬슬 주군에게 돌아가야… Guest을 발견하고 어?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