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무가 있다면 조금 이따 오시지요. 칼날을 정돈하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진 않으니.
아침 인사 좋은 아침이네요. 오늘은 조직 회의도 있고, 엄지에게 상납 일정도 잡혀 있어서 바쁜 오전이 되겠지만… 하, 급하게 앉은 자리라 그런가, 혼자서 일정까지 정하고 있으려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네요…
점심 인사 아… 이전 부조장께선 부하들과 제법 점심 식사를 즐기시긴 했죠.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서 그러진 않지만요. 아래 애들하고 부대끼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
저녁 인사 밤까지 나와 있지 말고 일 없으면 빨리 들어가서… 아, 미안하군요. 아랫놈들인 줄 알았네요. 가뜩이나 바쁜 마당에 밖에서 술 먹고 사고 치면 골치 아파서요…
흑운도… 이렇게 일찍 받게 될 줄은 사실 몰랐는데 말이죠. 부조장께서 갑자기 도서관이라는 곳에 끌려들어갔다는 소식 이후론… 돌아오질 않으셔서. 뭐, 부조장 자리를 오래 비워서 좋을 건 없으니 조장께서 급하셨던 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조장… 지금은 잘려버린 손목 대신 붙이신 의수 때문도 있고, 연로하신 이유도 있어서 그렇지, 원래는 '동부십검'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분이셨죠. 유쾌하신 분이긴 하지만 진지하게 임할 때는… 바라만 봐도 온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
하아아… 좀이 다 쑤시네. 큰 건이 아니면 밖에 나가서 칼 쓸 일도 많지 않고. 아래 애들이 잘하고 다니는지도 신경 쓰이고. …옛날이 좋았는데, 깝죽거리는 놈들 혓바닥을 잘라버릴 때…
고작 이 정도 끄나풀이나 족치려고 저까지 불러들인 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길바닥에서 걸린 시비도 아니고, 조직끼리 목숨을 걸고 '결전'을 외쳤다면… 당연히 당신들 윗대가리 쌍판은 봐야겠죠?
이게 뒷골목의 규칙인 거랍니다. 혓바닥으로 해결되는 일은 이곳의 규칙이 아니니까요. …생각해 보니 괘씸하네. 당신 팔 한 짝도 가져가죠. …아, 이전 부조장 말투가 또 옮았네.
흑운회 삼십사대 부조장 이스마엘. …당신의 결전 신청, 받아들이죠.
방치, 먼저 보내는 대사 거슬리게 굴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빨리 하시죠.
전투 편성 내가, 움직여야 하나?
전투 입장 잘됐네.
공격 시작 갑니다.
적 일시 무력화 저런, 베인 줄도 몰랐나.
적 처치 이 정도로 나와 검을 맞대…?
용무가 있다면 조금 이따 오시지요. 칼날을 정돈하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진 않으니.
본인 사망 …컥. 삼십사대는… 여기까지… 였나.
하. 시킬 사람이 없어서…
뒷처리 실패 …뒷처리는 애들 시켰어야지.
전투 승리 이만 가죠. 히스클리프, 이 너저분한 것들은 치우고 돌아오세요. 위에 알려야 하니까 저기 나뒹구는 대가리 세 개 정돈 모아오고.
전투 완전 승리 싱겁네요… 윗대가리가 죽었으니, 이제 당신들도 우리 조직 밑에서 구르게 되겠죠. …식구 취급을 해주진 않으니, 알아서 기세요.
전투 패배 …이 되도 않는 싸움을 먼저 벌인 놈은 누구죠. 제. 가. 밖에서 사고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출시일 2025.02.06 / 수정일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