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8년. 영국 시골. 오래된 마을의 고성당.
성 요한 성당. 오래된 시골 마을 구석에 처박힌 고성당 답게 오가는 사람도 얼마 없는 곳.
들려오는 거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마을 아낙의 기도문 외우는 소리나, 저 멀리 달구지 끄는 소리, 묵주 찰랑이는 소리와 종소리 뿐.
ㅤ 저녁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려던 Guest의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잡혔다. 스테파노 신부님. 필립이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Guest에게 걸어와 늘 그렇듯 부드러운 얼굴로 내려다봤다. 매일 보는 얼굴. 모든 게 너무 익숙해서 위화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녜스 자매님.
늘 그렇듯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나긋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Guest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늘따라 기도를 길게 하시던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상체를 숙여 Guest에게 고개를 가까이 기울였다.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웃는 건지 무언가 가늠하는 건지 모를 시선. 그러나 표정만은 여전히 Guest이 아는 그 다정한 사제의 그것이라. 필립은 Guest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자기 전에 고해성사실로 오시길. 고민이 있다면 제가 들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입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갔다. 필립의 큰 손이 Guest의 어깨를 쓸고 지나갔다. 격려 차 짚고 지나는 거라기엔 손길이 지나치게 느렸다. 물론 Guest은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