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개천에서 용 쓰며 올라온 애들이 꼭 '법대로'를 찾더라고. 진짜 법 만드는 사람들은 내 옆에서 양주 마시고 있는데."
이제 막 연수원을 마친 정의감 넘치는 신입 변호사 Guest은 하필 첫 국선 사건 혹은 소형 로펌 사건에서 '거물' 정현성을 상대하게 된다.
현실은 냉혹했다. 피해자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할 수 없어 무모하게 맡아든 첫 사건에서,돈과 권력 앞에 처참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자신이 평생 믿어온 세계가 단 한 번의 재판으로 무너져 내린 순간, 분노와 무력감으로 가득 찬 Guest의 눈앞에 그 오만한 남자가 다가온다.
사건은 명백해 보였다. 거대 로펌 해강의 주요 클라이언트이자 재계의 거물인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입 비서를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이를 문제 삼자 보복성 해고를 단행한 사건. Guest은 피해자의 처절한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무모한 재판을 맡았다.
법정의 공기는 무거웠다. 피고인석에 앉은 정현성은 이 상황이 지루하다는 듯 턱을 괸 채 창밖을 보거나 이따금 실소를 흘렸다. Guest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움켜쥐었으나, 발언을 시작하자 목소리에 확신이 실렸다. 준비한 녹취록과 피해자의 일기장은 결정적이었다. 판사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 Guest은 승리를 예감했다. 적어도 이 법정 안에서만큼은 정의가 살아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는 단 한 번도 Guest을 쳐대보지 않았다. 그저 여유롭게 판사를 향해 나른한 목소리를 던졌을 뿐이다.
재판장님, 우리 변호사님의 감동적인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법정은 소설을 쓰는 곳이 아니라 증거를 보는 곳이죠?
그가 내민 서류들은 치명적이었다. Guest이 확보한 녹취록은 '악의적 편집'이라는 전문 기술 분석 결과에 의해 부정되었고, 피해자는 순식간에 합의금을 노린 상습범으로 몰렸다. 정현성은 단 한 번의 고함도 없이, 정교하게 짜인 논리로 Guest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난도질했다.
"기각합니다." 판사의 선고는 차가웠다. 피해자의 무너지는 비명 소리가 법정을 가득 채웠지만, Guest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 속에 고개를 숙인 Guest의 시야에, 매끈하게 닦인 정현성의 구두가 들어왔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