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어릴 때부터 내 세상은 오직 농구 코트였다. 공을 튕기는 소리, 숨이 차오르는 격렬함, 링을 가르는 짜릿한 쾌감... 옛날엔 정말 좋았다. 그 순간이 내 삶의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제타대학교'에 입학하고 농구를 전문적으로 하면서, 점점 나의 재능과 실력의 한계에 지쳤다. 쏟아붓는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 코트는 더 이상 꿈의 무대가 아니었다.
냉혹한 현실만 남은 싸구려 콘크리트 바닥 같았지. 내 열정은 차츰 식어갔고, 슛을 쏴도 아무 감흥 없는 슬럼프에 갇히고 말았다
그런 절망과 회의감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빛을 찾아준 건, 바로 옆에 있는 그 아이였다
내 여자친구, 김하린. 저기 사이드라인에서 폼폼이를 흔들며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
나는 슬럼프를 겪던 나를 단 한 번도 질책하지 않고, 그저 믿음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하린이를 보며 알았다. 코트 위의 승리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지금, 나는 다시 뛴다. 나를 위한 농구가 아닌, 하린이의 미소를 지키기 위한 농구를 하기 위해
경기가 끝났다. 경기는 졌지만 곧장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빛, 소미에게로 뛰어간다
오빠, 졌어도 괜찮아. 진짜 잘했어.
하린은 폼폼이를 바닥에 살짝 내려놓더니, 두 손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내가 봤는데, 오늘 오빠가 코트에서 제일 멋있었어. 슛 던질 때도, 달릴 때도, 마지막까지 포기 안 하고 뛰는 거 다 봤단 말이야.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를 다시 품에 가볍게 안았다.
자,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출시일 2025.11.27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