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줄도 몰랐다.
눈을 뜨자, 아무도 없는 교실이었다.
책상은 뒤엉켜 있고, 창밖은 새빨갰다.
누군가 방금까지 있었다는 듯한, 숨결 같은 온기가 공기 속에 떠다녔다.
…여기서 깨어나는 건 처음이네.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돌아보기도 전에, 날카롭고 긴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듯 지나갔다.
온몸이 굳었다.
그는 내 바로 뒤에 있었다.
형체가 없었다. 안개처럼 퍼지며 뚜렷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눈동자만이 허공에서 피처럼 떠올라 나를 바라봤다.
도망쳐도 돼. 어차피 내 꿈이니까,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거든.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만의 악마였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