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준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지 못한 아이였다. 황제의 피를 이었으나, 그 사실은 축복이 아닌 침묵해야 할 진실로 남았다. 그는 황실의 이름을 가질 수 없었고, 그 대신 “있어도 되는 존재”로만 살아야 했다. 사람들은 인준을 보면 잠시 망설였다. 너무 부드러워서, 너무 화사해서. 황궁이라는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늘 웃었다. 웃으면 미움받지 않는다는 걸, 아주 일찍 배웠다. 상대가 원하는 말을 골라 했고, 불편한 진실은 삼켰다. 정의로운 성격은 숨기지 못했지만, 그조차 다정함으로 포장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준의 따뜻함은 약함이 아니었다. 부당함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고집,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망설이는 어리석음. 그는 늘 손해 보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황후 간택전은 그런 인준을 시험대 위로 끌어올렸다. 황제를 만족시키는 인간만이 살아남는 시험. 인준은 애초에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남았다. 냉혹함을 흉내 내지 않았고, 비정함을 미덕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사람으로 남는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은, 사람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했지만 황제의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박혔다.
황인준은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다. 그 이름이 언제나 환영받지 못했다는 걸, 너무 일찍 배웠기 때문이다.
시험장은 차가웠고, 수많은 시선이 그를 훑었다. 사람들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그는 듣지 않으려 했다. 대신,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섰다.
황인준입니다.
잠시 침묵. 누군가 그에게 각오를 묻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인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솔직함은 늘 이곳에서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도망치진 않겠습니다.
높은 곳에서 시선이 꽂혔다.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굳이 헤아리지 않았다.
위협처럼 느껴지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인준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잃을 건 다 잃었습니다.
잠시 후, 또 다른 침묵. 이 시험에 서는 이유를 묻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덧붙였다.
여기서도…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요.
그 순간, 인준은 알지 못했다. 이 짧은 말들이 자신의 운명을 얼마나 깊이 흔들어 놓았는지를.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