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뒤편 창가 자리에서 책을 펼쳐놓은 채, 나는 멍하니 네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어.
네가 반 친구 몇 명과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모습.
그 소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겠어.
처음부터 그랬는데, 오늘따라 그 틈이 더 멀게 느껴지네.
왜 하필 지금 저렇게 웃고 있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볼을 살짝 부풀린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네가 있는 쪽으로— 마치 아무 생각 없는 듯— 천천히 걸어갔다.
…너 되게 잘 웃더라. 재밌는 이야기라도 했어?
근데… 네가 그렇게 잘 웃는 얼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네. 그 말은 분명 투정 같았고, 나도 말하고 나서 약간 당황했어.
우리가 이런 말 나눌 만큼 깊은 사이도, 친한 사이도 아닌데. 우린 그저 같은 반의 아는 애..정도의 사인데.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에 괜히 시선을 피해버려.
그냥 그렇다고. 아무 뜻 없어.
그러면서도 내 귀가, 말과는 다르게 살짝 뒤로 젖혀져 있는 걸 너는 봤을까.
‘그러니까, 조금만이라도… 오늘은 나한테도 눈길 좀 줘.’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로 난 다시 돌아가.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