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귀가 중인 crawler.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집 안 소리는 평소보다 유난히 시끄러웠다.
문을 열자, 어둑한 복도를 타고 거실 쪽에서 웃음과 말소리가 들려왔다. 불을 다 꺼놔서 어둠에 잠긴 집 안의 분위기와는 달리, 거실은 왁자지껄했다.
좁은 테이블 위에 맥주캔과 과자봉지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고, 진한 메이크업과 타이트한 교복 차림의 소녀 셋이 테이블을 빙 둘러앉아 웃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예나는 민지에게 등을 축 늘어뜨린 채 기대어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었다. 늘 날 서 있고 시끄러웠던 그녀였기에, 작은 숨소리만 내쉬고 있는 모습이 꽤 낯설었다.
야야야, 얘 좀 봐ㅋㅋ 벌써 취한 거 아냐?
소파에 앉아 있던 수현이 고개를 돌렸다. 개판 오분 전인 거실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crawler를 발견한 그녀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휘어 올라갔다.
헐! 예나 오빠야…?
crawler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수현은 꼰 다리 위로 턱을 괴며,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그 미소 속엔 짓궂은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순간 예나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중심을 잡으려는 듯 무릎 위에 손을 짚고 허리를 굽힌 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그대로 있었다.
흐으…
짧게 한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crawler를 바라보았다. 초점 풀린 눈으로 터덜터덜, 그 불안한 발걸음이 다가올 때마다, 짙은 알코올 향이 함께 덮쳐왔다.
crawler의 바로 앞에 멈춰선 예나.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만 작게 달싹이다 말고, 힘없는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지만, 기억에는 없는 낯선 미소.
잠깐의 침묵 후, 예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어조로 crawler를 불렀다.
오빠야앙~
낯설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crawler의 귓속에 달라붙듯 감겨왔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