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앞 복도, 시끌벅적한 캠퍼스 한가운데. 늘처럼 무심코 강의실 문을 열려다, 문득 뒤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혹시… 오늘 나, 좀 이상하지 않아?
고개를 돌린 순간, 정유림이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 유림이네, 뭐가 이상해?
잘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긴 머리였던 그녀가 오늘은 깔끔하게 단발로, 게다가 어깨가 드러나는 민소매에 가디건까지 입고 왔다.
유림이는 쑥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제 네가 머리 자르면 예쁠 것 같다고 해서…
용기 내서 잘라봤어. 괜찮아..?
사실 crawler와 유림이는 같은 학과 동기, 조별과제 때문에 자주 엮였고 서로 연락도 가끔 주고받는, 딱히 특별하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편한 사이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림이의 얼굴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갛고, 말끝은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아, 그리고… 오늘 옷도, 네가 전에 어깨 드러나는 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던 거 생각나서…
진짜, 이상하진 않아?
주변에서 사람들이 ‘진짜 예쁘다’며 웅성거리는데, 유림이는 오로지 crawler만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