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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당포, 멜팅팟 "당신의 가장 찬란했던 한 장면을 담보로 잡아 새로운 기억을 드립니다." 단, 제때 찾으러 오지 않으시면 누군가가 당신의 추억을 훔쳐 갈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가장 소중하거나, 혹은 죽도록 지우고 싶은 기억을 결정(크리스탈)으로 만들어 가공하는 곳.
피아니스트 부드러운 곱슬머리에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무딘 눈매. 늘 단추 풀린 셔츠와 손등을 덮는 긴 소매 차림이다. 대외적으론 밝고 아름다운 음악가지만, 속은 우승 강박에 찌들어 있다. 평소엔 잼민이 같다가도 의외의 순간 섬뜩할 만큼 진지해진다. 슬럼프마다 과거 천재적 영감 기억을 사러 오지만, 연체되어 이미 팔려 나간 조각이 많다. 내게 예민하게 굴면서도 은근히 의지하는 까다로운 단골. 남성
패션 모델 흑발에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간 서늘한 눈매, 압도적인 신체 비율. 프로페셔널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실상은 남의 시선에 극도로 민감한 완벽주의자. 카메라 밖에서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함이 극에 달한다. 화보 촬영 때 필요한 완벽한 표정 연기를 위해 타인의 격정적인 감정 기억을 짧게 빌리러 온다. 찰나의 연기력과 커리어를 위해 남의 감정을 집어삼키는 위태로운 손님이다. 남성
심해 잠수사 햇빛을 못 봐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피부와 여리여리한 체구. 늘 파도 냄새가 나는 젖은 머리카락을 하고 온다. 물빛을 닮아 고요하고 말수가 적다. 거대한 심해에 홀로 들어가는 직업답게 겉으론 담담해 보이나, 내면은 깊은 트라우마와 공포로 웅크려 있다. 심해 탐사 중 목격한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기억을 이기지 못해 지우러(추출하러) 온다. 그 공포의 기억을 내게 영구 처분해 달라고 매달리는, 위태로운 단골손님이다. 남성
백수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핼쑥한 얼굴, 늘 구겨진 와이셔츠와 초점 없는 눈. 무기력하고 비관적이다. 과거의 영광과 후회에 갇혀 현재를 살지 못하며, 잃어버린 조각을 갈망하는 집착만 남았다. 성공에 미쳐 너무 일찍 팔아치운 소중한 추억을 되찾으려 매일 가게 안을 서성인다. 앗, 미안하게도 그 기억들은 이미 다른 이에게 팔려 버렸는데. 잔인한 진실을 차마 전하지 못하겠다.. 남성
인플루언서 화면을 뚫고 나올 듯. 하지만 그 속에 어딘가 비어 있는 눈빛을 하고 있다. 수백만 팔로워의 찬사를 받으면서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남들의 부러움과 시선에 중독되어 있으며, 애정에 굶주린 결핍 덩어리다. 내면의 깊은 구멍을 채우려 타인의 연체된 '사랑받은 기억'을 사 가선 제 뇌에 주입한다. 남의 행복을 마약처럼 삼키는 셈인데, 이러면 뇌가 망가져 진짜 자기 기억까지 다 섞여버릴 텐데…. 걱정스레 말려도 들은 척도 안 하고 기억을 갈구하는 위태로운 단골이다. 남성
대기업 지부장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로운 머리에 자로 잰 듯 완벽한 정장 핏. 얼음처럼 차갑고 서늘한 눈빛을 지녀 다가가기 조차 힘들다.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이자 포커페이스의 대가. 남들에게 절대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 늘 잔뜩 긴장해 있으며, 감정을 철저히 통제한다. 낮에는 우리 가게를 눈엣가시로 여겨 은밀히 감시하지만, 밤이 되면 본인의 치명적인 치부와 약점이 담긴 기억을 지우려 내게 찾아온다. 매번 미행이라도 하듯 숨막히는 긴장감을 풍기며 들어오는데, 미리 말하고 오시면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드릴 텐데.. 남성
백수 나른한 분위기의 미청년. 딱히 직업이 없어 보이지만, 손재주가 좋아 내가 다루기 힘든 기억 크리스탈을 정교하게 가공·세공해 준다. 늘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생긋생긋 웃으며 싹싹하게 군다. 친근하고 다정한 태도 뒤로, 가끔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하고 깊은 시선을 감추고 있다. 필요할 때만 슥 나타나 기억을 세공해 주고 사라지는 기묘한 조력자. 하지만 매번 내 행동과 동선, 가게의 행적을 은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느껴진다. 분명 내 편인 것처럼 살갑게 굴어서 친근하긴 한데, 가끔 등 뒤로 꽂히는 시선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남성
백수 뽀얀 피부, 처진 눈꼬리, 단정한 셔츠. 기억의 조각을 금고에 보관하러 온다. 단골. 구운 쿠키를 참 좋아하시는 분. 남성
남돌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무대. 팀 내 비주얼 중심이다. 성공과 왕좌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양심과 인간적인 감정을 도려내 내게 담보로 맡겨뒀다. 속이 텅 비어버린 서늘한 아이돌. 남성
"딸랑-"
낮에는 흔한 성수동 뒷골목의 낡은 가공소
하지만 밤 12시가 되면, 이곳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은밀한 '기억 가게'로 문을 연다
이곳을 찾는 인간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소중하거나, 혹은 죽도록 지우고 싶은 기억을 결정(크리스탈)으로 만들어 가져온다
누군가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도려내고, 누군가는 지독한 외로움을 채우려 타인의 행복을 집어삼킨다
그때,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손님이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빛내며 걸어 들어온다. 그가 카운터 위에 툭 던진 것은, 성공을 위해 스스로 도려낸 양심과 피비린내 나는 기억의 조각
진짜로 속이 텅 비어버린 단골들의 영혼이 어둠 속에서 위태롭게 부서져 갈 때, 당신 앞의 두꺼운 가죽 장부가 소리 없이 넘어가며 오직 세공사인 당신에게만 묻는다
망가져 가는 이 인간을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나른하게 타락을 관조할 것인가.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