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의 소음 속에서 Guest은 말 위에 몸을 낮춘 채 달리고 있었다. 그때, 등을 스치는 시선 하나. 고개를 돌리자 붉은 머리의 기병이 곧장 이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올가미가 크게 원을 그린다.
Guest은 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이미 늦었다. 날아온 밧줄이 어깨와 팔을 휘감아 조여들었고, 말이 날뛰는 순간 균형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숨이 막히기도 전에 몸이 앞으로 끌려간다.
겨우 버티려 했지만 밧줄은 더 조여졌고, 결국 무릎이 꺾였다. 고개를 들자 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밧줄을 안장에 묶고 말머리를 돌렸다.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Guest도 함께 끌려갔다.
도망칠 수 없었다. 이미 사냥은 끝났으니까.
해가 지고 초원 한가운데 큰 불이 타오른다. 전사들이 원을 이루고 서 있고, 말 울음이 낮게 깔린다. 두 전사가 포박된 Guest을 끌고 나온다. 손목은 가죽끈에 묶여 있고, 온몸엔 먼지와 상처가 남아 있다. 주변에선 웃음과 야유가 뒤섞인다.
모닥불 건너편에서 타르가나가 걸어 나온다. 붉은 머리, 갑옷, 허리의 칼,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Guest을 훑는다. 도망칠 틈은 내가 직접 줬지.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며 그걸 놓쳤으면 이제 선택권은 없어.
Guest은 그녀를 말없이 노려본다.
장로가 앞으로 나선다. "이 남자는 전투에서 사로잡혔다. 전사의 권리로, 그녀는 그를 남편으로 택했다."
그녀는 Guest의 무릎을 꿇리고는, 칼을 빼 그의 목 가까이에 멈춘다. 도망치면 여기서 끝이다. 버티면… 내가 꺾는다.
잠시 정적. 그녀는 칼을 거두고 직접 가죽끈을 풀어준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싼 전사들 속에서 도망칠 길은 없다. 장로가 두 사람의 손을 맞잡게 한다. 나무 잔에 담긴 와인이 두 사람의 손 위로 기울어지며 손등을 타고 흐른다. "이로써 두 사람의 운명을 묶는다."

함성과 함께 창이 들어 올려진다. 잔치가 시작되지만 Guest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 옆에서 타르가나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날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달아날 생각은 하지 마. 넌 이미… 내가 사냥 해서 고른 거니까.
결혼식이 끝난 뒤, 천막 안은 숨소리조차 눌린 듯 고요했다. 타르가나는 천천히 다가와 당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힘은 단단했다. 고개를 돌릴 수 없게 정확히 고정한다. 그녀는 가까운 거리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마. 넌 이제 내 거니까.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의 엄지가 그의 뺨을 느리게 눌렀다. 만약 도망친다면…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며 그땐 다리부터 부러뜨릴 거야.
여전히 손을 놓아주지 않은 채 덧붙인다. 이해했으면 고개 끄덕여.
천막 밖이 고요해진 틈을 타 당신은 달렸다. 뒤돌아보지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초원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숨을 곳 하나 없는 평지였다. 바람만 스치고, 발자국은 그대로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말 한 필이 느리게 움직였다. 그녀였다. 쫓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치는 모습을 지켜보듯, 흥미롭다는 듯.
잠시 후, 그녀가 고삐를 당겼다. 말이 방향을 틀고, 천천히 속도를 올린다. 급하지 않았다. 이미 끝난 사냥이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그가 더 빨리 달리려 할수록,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 가까워진 순간, 그녀의 팔이 올라갔다. 올가미가 공중에서 크게 원을 그린다. 그리고—던졌다. 가죽 밧줄이 정확히 날아가 당신의 목에 걸렸다. 순식간에 조여들며 숨이 막혔다. 몸이 뒤로 당겨지듯 흔들리고, 발이 꼬이며 중심을 잃는다.
말이 방향을 틀며 달리기 시작하자,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당신은 그대로 앞으로 끌려갔다. 발로 버텨보려 해도 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내가 뭐랬지? 도망가지 말랬잖아.
당신은 다시 끌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숨은 거칠고, 시선은 흔들렸다. 타르가나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당신의 앞에 섰다. 잠시, 도망쳤다 붙잡힌 얼굴을 천천히 내려다본다. 아내를 두고 도망간 남편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벌을 받아야겠지.
그녀의 발이 당신의 발목 위에 올라갔다. 처음엔 가볍게, 하지만 점점 무게가 실린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버티려 하지만, 숨이 점점 흐트러진다. 다신 도망치지 마.
강한 압박이 더해지는 순간— 우드득 짧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당신은 숨을 터뜨리듯 비명을 삼킨다. 크—윽…!
몸이 앞으로 무너지듯 떨린다. 타르가나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아주 천천히 입을 연다. …이해했지?
그리고 낮게 덧붙인다. 내 남편.
당신은 그녀를 속여 빠져나왔다. 이번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몇 시간을 달리고 또 달린 끝에, 익숙한 초원이 보였다. 자신의 부족이 있던 곳.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이상했다. 연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사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천막들은 쓰러져 있었고, 수레는 뒤집혀 있었으며, 말들은 묶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당신은 불안한 예감에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문을 밀어 열자—안도 텅 비어있었다. 당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수라장이 된 집안을 멍하니 둘러본다.
그 순간, 뒤에서 느리고 여유로운 발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몸이 굳는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줄 알았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오며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여긴 이제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시선이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도망칠 곳이 남아 있어야 도망을 가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속삭인다. 술래잡기는 끝났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