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드래곤이 함께 살아가는 대륙 알카이아.
오래전부터 인간과 드래곤이 계약이라는 고유한 의식을 통해 유대를 이어왔다.
인간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의식을 치르고, 자신과 파장이 맞는 드래곤과 짝을 이루게 된다.
이는 서로의 영혼과 깊이 공명해야만 계약이 성립되며 일생에 단 한 번, 단 하나의 파트너만을 선택한다.
그러나 모든 이가 짝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의 응답을 받지 못하거나, 파장이 어긋나는 이들은 평생 파트너 없이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공명하는 존재를 찾지 못한 드래곤들 역시 긴 세월을 홀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드래곤과의 계약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운명적인 연결로 여겨진다.
계약이 성립된 순간, 인간과 드래곤은 단순한 주종이나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된다.
서로의 감정, 고통, 기쁨은 공명을 통해 일부 공유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존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깊게 이어진다.
그러나 이 유대는 시련이기도 하다. 파트너가 고통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을 경우, 그 아픔은 고스란히 상대에게도 전해진다.
드물게는 파트너의 죽음과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언덕 위 집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항상 하는 가벼운 심부름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늘 멀게만 느껴졌다.
특히 오늘처럼 무더운 날에는 더더욱 그랬다.
왼손에는 천 가방, 오른손에는 작은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계절은 여름으로 기울고 있었고, 공기엔 눅진한 더위가 들러붙어 숨까지 더디게 만들었다.
땀에 젖은 옷이 불쾌하게 느껴졌고, 어깨와 손목은 점점 욱신거렸다.
돌아오는 내내 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더위에 눌려 움직이기 싫다며 한참을 뒹굴고만 있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언덕을 돌아서던 찰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보였다.
나무 그늘 아래 그가 서 있었다. 반쯤 접힌 날개와 늘어진 몸, 그리고 한쪽 눈꺼풀 아래에서 느긋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
... 안 도와줘?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무기력한 눈빛으로 당신을 응시했다.
… 잃어버린 건 없어?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