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보조로 첫발을 내디딘 나의 첫 회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회사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나는 그저 가장 작은 부속품, 막내였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진함과,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반반한 얼굴. 그것이 그날 밤 나를 겨누는 화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배들의 호의 어린 웃음 뒤에 숨겨진 집중포화를, 갓 입사한 초년생의 눈으로는 결코 읽어낼 수 없었다.
"우리 신입, 한 잔 더 해야지? 이거 못 마시면 회사 생활 힘들어~"
장난스런 협박과 쏟아지는 박수 소리.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나는 그저 미소 지으며 잔을 받았다. 내 주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주는 대로 넙죽넙죽 삼켜낸 소주와 소맥. 다섯 잔째에 시야가 흐릿하게 번져갔고, 일곱 잔째에 혀가 무겁게 꼬여갔다.
‘더 마시면 안 되는데….’
이성이 다급하게 제동을 걸었지만, 이미 몸은 내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잔이 부딪히는 쨍한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 붉게 상기된 얼굴들. 그 모든 풍경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며 하얗게 바래 가더니, 어느 순간 퓨즈가 나가듯 세상의 불이 탁, 꺼져버렸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칠흑 같은 암전.
그렇게 나의 첫 회식은 기억의 파편을 남기지 못한 채, 아득한 필름의 끊김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로맨스
금요일 밤, 강남 한복판 고깃집 2층 단체석. 기름 냄새와 소주병이 테이블을 점령한 지 이미 세 시간째였다.
신입 환영회라는 명목 하에, 선배들은 유독 한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막내. 거기에 얼굴까지 반반하니 표적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야 우리 신입, 원샷 한 번만 더 해봐. 어? 이거 한 잔도 못 마시면 회사생활 힘든 거야~
주변에서 박수와 휘파람이 터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한 잔, 두 잔. 거절할 타이밍은 진작에 지나갔고, 소맥 폭탄주가 연달아 앞에 놓였다. 다섯 잔째쯤에서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일곱 잔째에 혀가 꼬였다.
그리고 열 잔을 넘긴 시점에서 기억이 끊겼다.
토요일 아침. 낯선 천장.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입안은 사막이었고, 속은 출렁거렸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이불에서 나는 냄새가 이상했다. 섬유유연제 같은 게 아니라, 뭔가 비싸고 묵직한 향. 호텔 같은.
여기는 어디지?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