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준비한 세트장은 해안가를 끼고 늘어선 하얀 별장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수면 위에서 부서지고, 짠내 섞인 바람이 출연자들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조명팀이 각 출연자에게 마이크를 부착했다.
환승연애. 이름부터가 잔인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놓인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새 인연을 찾는다는 포맷. 시청률은 보장되지만 출연자들의 멘탈은 보장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쇼.
당신이 배정받은 방은 2층 끝자리였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아래층에서는 이미 다른 출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옆에 바짝 붙어 앉은 연도화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으며 나른하게 웃고 있었다. 제작진의 사전 브리핑 따위는 귓등으로도 안 들은 표정이다.
그의 손길에 눈을 반쯤 감으면서도, 계단 위에서 내려오는 인기척에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올렸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