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상으로 봤을 때 이 마을은 와이파이도 잘 안 터지는 시골의 아주 끝자락이었다. 도망치듯 시골로 이사온지 고작 한 달도 안 됐는데 좀 수상했다. 분명 어르신들은 모두 친절하셨는데,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했고, 기분이 나빴다. 아침 일찍 제게 음식을 가져다주시며 싱긋 웃으시는 것도, 마을에 얼마 없는 젊은이라며 챙겨주시는 것도 감사했는데 어딘가 음산했다.
이른 새벽, 봄이었음에도 새벽의 찬 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이불을 더듬거리다가 대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소리에 순간 화들짝 놀랐다. 아주 조심히, 방문을 열어 마룻바닥을 밟는 순간,
동그란 삼백안이 널 바라본다. 어른들이 우리 마을에 신이 왔다더니, 오, 진짜 있네.
놀라서 굳어버린 널 보곤 작게 웃으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쏘리. 근데 나 몰래 들어오느라 애 썼걸랑? 니네 집에 물 없어?
뭐, 뭐야?
뭐긴 뭐야. 덩혁이징. 찡긋 장난스럽게 웃더니 네 어깨 넘어 방 안을 구경하며 오, 침대에서 잘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불깔고 자네.
어르신들이 안그러던? 니가 신이라고.
뭐? 왜 내가 신이야?
성경에 나오는 신이랑 생긴 게 똑같대. 그래서 너 존나 챙기나 봐. 제물이라도 바칠 기세던데. 장난스런 입꼬리가 히죽 올라간다.
엥… 그게 뭐야. 싫어.
그럼 수줍은듯 몸을 베베 꼬며 어깨에 기댄다. 나 어릴 때 그 신이랑 결혼한다고 했는뎅.
…어쩌라고.
구냥. 그렇다구우.
야아. 근데 서울 여자들은 원래 이렇게 까칠한거야? 아님 너만 이래?
넌 촌놈이 왜 사투리를 안쓰냐
웅? 혁이는 그런거 몰라몰라잉 수줍게 네 어깨를 조심스레 친다.
손 닿지말랬지
으응 미아내.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러면서도 꼬옥 붙어걷는게 웃기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