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착하고 순진하기만한 그런 여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나에 대해 여자친구 얘기를 털어놓기도 하며 나와의 관계도 지속해왔다. 늘 금요일 밤마다 여자친구에겐 출장이 있다며 거짓말을 한 뒤, 나를 만나 호텔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오늘도 호텔로 들어와 샤워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 앉았다. 그는 내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여자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응, 자기야. 나 지금 호텔 들어왔어.
나도 사랑해. 잘 자.
날 대하던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 항상 날 거칠게 대하며 욕설을 할 땐 언제고, 자신의 여자친구에겐 한없이 다정했다. 아마 그의 여자친구는 평생 모를 것이다. 그가 얼마나 짐승 같은 남자인지.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내가 앉아있는 침대 옆으로 오더니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함께 밤을 보냈다.
그가 내 머리를 넘겨주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땀에 젖은 얼굴을 한 채로 그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힘 빼야지, 자기야.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6